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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美 화가 노먼 록웰 1943년 作

1943년 3월6일, 미국의 화가 노먼 록웰이 ‘궁핍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want·노먼록웰뮤지엄 소장)’를 세상에 내놓았다. 요즘은 격월간지로 사세가 위축됐지만 당시는 미국 최대의 주간지이던 ‘새터데이이브닝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의 표지를 장식한 것. 록웰은 소재를 대통령 연설에서 찾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41년 연두 의회 연설에서 강조한 ‘네 가지 자유(Four Freedom)’를 차례차례 화폭에 담았다.

가장 미국적인 화가로 불리는 록웰이 남긴 4,500여점의 작품 중에서도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는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이상적인 중산층 가정을 표현했을 뿐 아니라 전쟁에서의 승리에도 공헌했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식탁에 모여 인자한 인상의 할머니가 주는 칠면조 요리를 기다리는 가족에게서 빈곤이나 불화를 전혀 느낄 수 없다. 록웰은 등장인물도 평범한 이웃에서 찾았다. 자신의 얼굴도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듯 하단에 끼워 넣었다.

록웰의 4부작 ‘네 가지 자유’는 전비 모금 특별전에서 국민들에게 전시되며 후원금 1억3,500만달러를 모았다. 붓을 잡기 전 “대통령의 연설을 단순한 일상 장면으로 표현하겠지만 그 고결한 뜻을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던 작품 의도가 제대로 통한 셈이다. 18세에 미국 보이스카우트연맹의 잡지 표지를 그리는 전업 화가로 등단한 록웰은 82세로 사망(1894~1978년)할 때까지 미국인들의 일상을 건강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과 ‘사진과 그림을 연결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호평 속에서 록웰은 화가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사망하기 1년 전에는 “우리를 가장 생생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록웰의 작품은 이제 미국의 전통이 됐다”는 포드 대통령의 찬사와 함께 ‘자유 메달’까지 받았다.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이클 잭슨의 ‘으악~산타가 엄마와 뽀뽀해’라는 노래도 록웰의 작품에서 나왔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커스도 “록웰의 그림을 보며 구상한 작품이 많다”면서 그의 작품을 있는 대로 사들여 공동 특별전까지 열었다.



록웰 자신도 약 2,600만달러의 유산을 남겼지만 그가 강조했던 ‘네 가지 자유’의 현주소는 의문이다. 부의 편중과 청년층의 암울한 미래라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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