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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불의 그늘과 지표의 한계







“1인당 국민총소득이 2만 달러를 넘었다는데 왜 내 지갑은 얇은 건가?”

한국은행이 2006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 달러를 넘겼다는 발표를 내놓았을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다수의 반응입니다. 그래도 2006년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를 넘던 시기인데 말이죠. 지난 6일 한은이 12년 만에 1인당 실질 GNI가 3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을 때도 국민들의 반응은 2006년과 같습니다. 선진국 지표인 ‘1인당 GNI 3만불-인구 5,000만(30-50클럽)’에 가입했음에도 왜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일부에서는 조소를 보내는 것일까요?



◇성장·분배·고용 모두 악화…3만불 체감 더욱 낮춰=모든 경제 지표에 상황이 좋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인 듯 합니다. 1인당 GNI가 3만불을 넘겼다던 지난해 건설투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설비투자 역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죠.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20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만 무튼 투자 감소 등에 따라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정부의 목표치였던 3.0%를 넘지 못하고 2.7%에 머물렀습니다. 2년 연속 3% 성장에 실패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경제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1인당 GNI 3만 달러 돌파에 대한 평가도 박합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제 규모가 계속 커왔고 2017년 이미 3만 달러에 근접해 있던 측면이 있다”며 “또 환율이 많이 안정돼 있어서 3만 달러 진입은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용시장 위축과 양극화 심화 역시 3만 달러 돌파의 체감도를 더욱 낮추는 요인입니다. 지난해 한국 경제의 고용탄성치(고용 증가율을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로 나눈 값)는 0.136으로 2009년 -0.518 이후 최저였습니다. 성장률 자체도 낮은데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줄어들었다는 뜻이죠. 지난해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도 9만 7,000명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했습니다.



양극화도 악화하는 추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 월평균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전년 대비 역대 최대인 17.7% 감소했습니다. 반면 최상위 계층인 5분위 가구 명목소득은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인 10.4% 증가했죠.

2018년 4·4분기 분위별 소득 증감


◇체감하기 힘든 지표의 한계= 지표의 한계도 뚜렷합니다. 실질 GNI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익’을 차감하고 여기에 ‘국외 순수취 요소 소득’을 더한 지표입니다. 국외 순수취 요소 소득이란 해외로부터 우리나라 국민이 받은 돈은 더하고 우리나라가 해외에 준 돈을 뺀 것을 말합니다. 이를 총 인구수로 나누면 2만불, 3만불을 말할 때 쓰이는 1인당 GNI가 됩니다. 즉 쉽게 정리하면 가계, 기업, 정부가 생산한 부가가치를 우리나라 국민 수로 나눈 수치입니다. 그러다 보니 1인당 GNI엔 가계 소득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소득도 포함돼 있습니다. 기업의 잉여금도 국민의 소득으로 잡힐 수 있다는 뜻이죠. 게다가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보다 국민소득에서 가계 비중이 낮습니다. 체감 국민소득이 한층 적게 다가오는 요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국민소득 대비 가계소득의 비중이 2017년 기준 61.3%에 그쳤습니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의 국민소득 중 가계소득의 비율은 미국이 79.0%, 영국이 75.2%, 독일이 73.0%, 이탈리아가 72.6%죠. 가계 비중이 낮으니 GNI가 올라도 국민들의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런 현실들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시행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4만불 시대는 언제?=성장률이 매년 2% 중반대를 기록한다면 10년 안에 1인당 GNI 4만 달러 돌파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매년 2% 중반대에 성장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1%로까지 하향 조정하면서 성장률 유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4만 달러 돌파에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강 연구위원은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 않고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 효과에 따른 1인당 GNI 증가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성장률이 향후 2%대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력산업의 산업구조 개편과 신산업에 대한 성공이 4만 달러 시대의 필수 요소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박사는 “4만 달러 시대를 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모두 체감할 수 있고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가야 한다”며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고 4차산업혁명에 적극 대비해 성장률 자체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노인 등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공공기관의 단기 일자리 등의 방식은 효과가 단기적”이라며 “결국 민간이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한다면 3만 달러대에서 다시 2만 달러대로 후퇴할 공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6년 2만불 시대에서 2009년 1만불 시대로 회귀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일본과 프랑스, 영국은 통화 가치 상승으로 3만 달러 돌파 이후 2~3년 만에 4만 달러에 진입했지만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다시 3만 달러대 후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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