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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사표 던지는 아버지들] "3년마다 근로계약 새로 써…자살예방 장기관리 어려워요"

<하>자살예방현장 무엇이 문제인가
고용불안에 떠는 상담사
위탁 운영자 바뀔때마다 새 계약
전원 고용승계 한다지만 걱정 커
직영 전환땐 연봉 줄고 비정규직
상담자 사망하면 "무슨 말 했나"
경찰 책임추궁 트라우마로 남아

  • 김상용 기자
  • 2019-03-11 17:55:53
  • 기획·연재
[삶에 사표 던지는 아버지들] '3년마다 근로계약 새로 써…자살예방 장기관리 어려워요'

자살 예방은 장기전이다. 자살 유가족, 자살 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유가족들은 한결같이 “제발 ‘이제 그만 잊으라’는 말을 하지 말라”며 “시간이 한참 흘러 마음이 안정됐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턱’하고 가슴이 막히고 눈물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 역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자살 예방 활동의 최일선은 각 자치구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있는 상담 실무자들, 또 자살·자해 시도자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병원 응급센터의 상담요원들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 A씨는 지난해 서울시의 한 구청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하다가 결국은 일을 포기해야만 했다. 구청이 자살 예방 업무를 위탁 체계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연봉이 줄었기 때문이다. 구청 직영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직영 체계에서는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공무원 신분이지만 비정규직이고 시간선택제로 인해 업무시간이 오후5시까지로 줄어든 까닭이다. A씨는 “연차가 높은 사람일 경우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연봉이 500만~600만원 줄어든다”며 “구청 정신건강센터 일을 그만두고 위탁 체계인 서울시의 자살예방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이 훨씬 쾌적하다”고 설명했다.

◇직영으로 바뀌며 고용조건 더 나빠져=각 구청에서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구청이 직영으로 자살 예방 업무를 진행할 경우 이들은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된다. 전문요원 자격증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더욱이 비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면서 최하위 공무원 임금 테이블로 바뀌게 된다. 서울시 자치구의 경우 위탁(병원)에서 직영(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으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가 비용절감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될 경우 임기가 최장 5년에 국한된다. 결국 5년 일한 후 일손을 놓고 실업자 형태로 몇 개월 쉰 후 다시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으로 신청해 일해야만 한다. 임금도 기존에 근무한 5년의 근무기간은 인정되지 않고 최하위 호봉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격증은 물론이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구조다.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서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송파구가 업무를 직영 체계로 전환하면서 2~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20개 구가 위탁 체계에서 직영 체계로 전환했다.

상담 실무자들은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구청의 책임 추궁도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A씨는 “구청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살 예방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자살 상담을 한 사람이 실제 자살할 경우 고인과 통화한 직원은 최근 1~2주 동안 어떤 상담을 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며 책임 추궁을 당한다”며 “특히 자살자가 발생한 뒤 경찰에서 상담사에게 전화해 ‘당신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경찰서에 나와 진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정말 손이 떨린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상담 실무자들 역시 트라우마를 겪게 되므로 이들을 상대로 한 별도의 정신건강 서비스와 상담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위탁도 고용불안은 마찬가지. 3년마다 바뀌어=위탁 형태도 문제는 많다. 현재 우리나라 자살 예방 시스템의 거버넌스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구조다. 예를 들어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의 경우 서울시가 위탁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면 위탁기관에서 다시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 지원하는 식이다. 그런데 중간에 있는 위탁기관은 계속 바뀌고 있다. 처음 용인정신병원에서 성공회대 산학협력단으로 바뀌었고 이달부터는 위탁운영자가 다시 명지병원으로 바뀐다. 시군구 기초 자치단체에 있는 위탁형 자살예방센터 역시 모두 동일하다.

위탁운영자가 바뀔 때마다 자살예방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원 고용승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직원들의 느낌은 다르다. 새로운 위탁운영자와 근로계약을 새로 맺어야 한다. 고용주가 3년마다 바뀌는 셈이다. 이에 따라 위탁 형태의 자살예방센터 직원들 역시 스트레스가 심하다.

위탁의 경우 기관장의 근무형태도 문제다. 대부분 정신과 전문의사가 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데 주 1회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서울자살예방센터의 경우 센터장이 상근으로 근무해야 하지만 최근 위탁운영자가 된 명지병원의 경우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을 비상근으로 임명했다. 서울시 조례를 어긴 셈이다. /탐사기획팀=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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