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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不見可欲 使民心不亂(불견가욕 사민심불란)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정취 즐기려 찾은 함양 농월정
바위 곳곳 방문객 이름 새겨져
자연 명승지가 사욕으로 훼손
타인에 피해주는 욕망 자제를

  • 2019-03-22 17:27:28
  • 사외칼럼
[고전통해 세상읽기] 不見可欲 使民心不亂(불견가욕 사민심불란)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고전통해 세상읽기] 不見可欲 使民心不亂(불견가욕 사민심불란)

아직 날씨가 완연한 봄이 아니다. 바람결에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다. 좀 있으면 부드러운 훈풍의 기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훈풍이 불어오면 벚꽃을 비롯해 봄꽃의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이때가 되면 누구라도 집에 머물기보다는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게 된다.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 어디를 찾은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여러 곳 중에 함양을 찾으면 조선시대의 정자 문화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지를 느낄 수 있다. 아울러 그러한 정자의 즐거움을 누리는 풍류를 체험할 수도 있다.

함양에는 화림계곡을 따라 많은 정자가 있다. 그 중에 농월정·동호정·군자정·거연정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농월정(弄月亭)에 이르면 세찬 물살과 많은 너럭바위에 파인 물웅덩이가 사람을 반긴다. 지금까지도 물웅덩이의 물을 퍼내고 그곳에 막걸리를 부어 마시며 자연과 하나 되는 즐거움을 만끽한다고 한다. 거연정(居然亭)은 자연에 머문다는 뜻이다. 거연정은 계곡의 섬에 있고 다리를 건너야 다가갈 수 있다. 절리와 세찬 물살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살이의 시름을 잊을 만하다.

최근에 여러 정자를 둘러보면서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네 정자 중에 특히 농월정의 너럭바위 곳곳에 이곳을 찾았으리라 추정되는 인물의 이름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농월정 정자도 화재로 새로 지어 자연스러움이 적고 정자에서 앞을 보면 시원스레 흘러가는 물살보다도 곳곳에 정으로 새긴 이름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과거의 사람이라고 해서 그곳에 이름을 새기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이름을 새기고 싶지만 자연을 사유화할 수 없기에 그 욕망을 참아냈을 것이다. 요즘 한 사람, 한 사람씩 이름을 새기다 보니 앞으로 그 넓은 너럭바위가 자신을 알리고 싶은 사람의 이름으로 도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자는 사람이 “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않는다(불견가욕 사민심불란·不見可欲 使民心不亂)”고 했다. 이를 반대로 읽으면 사람이 하고 싶은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너도나도 덤벼들면서 서로 심란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고 싶은 욕망을 표현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노자는 하고 싶은 것을 일체 주장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훼손하고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욕망을 살펴보라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명산으로 널리 알려진 화산(華山)과 태산(泰山)을 찾으면 넓은 바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푸른색과 붉은색의 한자가 새겨져 있다. 그 한자는 산을 찾은 감흥을 시로 읊거나 산에 느낀 정감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지 산을 찾은 개인의 이름은 찾아보기가 드물다. 이는 시를 통해 예술적 감흥을 감상하고 공유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

농월정의 이름 각자는 화산과 태산의 각자와 사정이 다르다. 저 사람도 이름을 새겼으니 나도 이름을 새기고 싶다는 모방 심리가 자라난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유지대가 아니라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은 사유지가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 풍광이 뛰어난 곳은 자신의 이름을 먼저 새기고자 하는 경연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연 풍광을 보러 갔다가 그곳을 다녀간 사람의 이름을 보는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사람이 경쟁적으로 모방할 일이 결코 아니다.

사람이 너럭바위에 이름이 하나도 새겨져 있지 않은 농월정을 찾았다고 해보자. 설혹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더라도 심란하게 되지 않고 쓸데없는 일을 그만두자며 인내심을 발휘하기 쉽다. 반면 여기저기에 방문객의 이름이 새겨져 있으면 저 사람도 했는데 나라고 왜 못할까 하는 마음을 품으면서 그 마음을 억지하지 못해 심란하게 될 것이다. 농월정 앞의 바위에 이름을 새긴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드날렸다는 자부심을 느낄 게 아니라 자연 명승지를 사욕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다는 비행을 스스로 알리고 있다. 올해의 상춘에는 이름을 새기는 정 소리가 끼어들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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