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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책과 영어, 영국의 융성

1485년 이솝 이야기 영역본 출간





1485년 3월26일, 영국 런던에서 ‘이솝 우화집’이 책으로 나왔다. 출판과 번역을 맡은 사람은 윌리엄 캑스턴(사진). 상인이자 벤처사업가로 모은 돈으로 인쇄사업을 시작해 더욱 큰 부를 쌓은 인물이다. 캑스턴의 영역(英譯)으로 영국은 독일(1476년), 이탈리아(베니스·1479년), 프랑스·체코(1480년)에 이어 자기 나라 언어로 ‘이솝 우화’를 발간한 국가 대열에 끼었다.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만 전해지던 ‘이솝 우화’를 각국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모국어로 찍어낸 데는 이유가 있다. 인쇄 기술의 발달.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활판을 개선해 금속활자를 선보인 1474년 이전에는 책 1권을 필사하는 데 약 2개월이 걸렸지만 활판인쇄술은 일주일에 책 500권을 찍어냈다. 금속활자가 등장하고 50년 동안 유럽에서는 2,000만권의 책자와 팸플릿이 쏟아졌다. 무역회사 사환으로 시작해 벨기에 영국 직물조합 대표에까지 오른 그는 쾰른에서 약 1년간 인쇄술을 익힌 뒤 본격적으로 출판사업을 펼쳤다. 책자 공급이 늘었어도 수요 증가는 더욱 빨라 캑스턴은 발간물마다 성공을 거뒀다.



벨기에에 거주하며 1474년 최초의 영어판 ‘트로이 이야기 모음’을 출간해 이름을 알린 그는 1477년 영국에 돌아와 출판산업을 일으켜 세웠다. 1491년 사망할 때까지 ‘아서왕의 죽음’과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등 100여종을 출간한 그의 ‘이솝 우화’는 ‘삽화가 들어간 최초의 이솝 우화’로 손꼽힌다. 상업용 포스터를 인쇄(1480년)하며 시각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삽화를 활용해 ‘이솝 우화’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영국의 금속활판 인쇄는 다소 늦었지만 16세기 이후 급속한 국력의 성장에는 캑스턴의 노고가 깔려 있다.

캑스턴은 예기치 않은 성과도 이끌어냈다. 런던 영어가 널리 퍼지며 지역과 계층에 따라 각양각색이던 철자와 발음의 균질화 현상이 일어났다. 영문학사에서는 캑스턴의 대량 인쇄를 근대 영어의 시작으로 분류한다. 언어의 통일이 근대 국가 태동기와 맞물리고 어린아이까지 책을 읽는 독서국민이 형성되며 영국은 세계를 아우르는 제국으로 커나갔다. 기원전 5세기 노예 출신이 들려주는 우화가 책으로 엮어지면 보물로 바뀐다. 책은 과거를 다루는 미래다. 영역 ‘이솝 우화’ 출간 158년 뒤 존 밀턴(‘실낙원’ 작가)은 언론의 자유를 다룬 책자 ‘아레오파지티카’에서 이렇게 말했다. “책은 지성의 가장 순수한 지력과 정수를 보전하는 불멸의 호로병이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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