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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Law& 이슈] 檢, 혐의 못밝히면 '제4 적폐' 낙인...靑의 공수처 신설 수순 밟기?

'김학의 수사 3수생' 내몰린 검찰

5년만에 세번째 수사...결과따라 檢 명운갈려 진퇴양난

뇌물·직권남용 입증 어렵고 前정권 고위층 수사도 부담

수사방식 선택도 숙제...내부 팀 꾸릴땐 '식구 감싸기' 비판





“두 차례 무혐의로 결론 난 지 5년 만에 또다시 수사에 나서야 하는 현실이 착잡합니다. 당시 투명한 수사를 했다면 지금처럼 검찰이 적폐로 내몰리는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검찰 고위관계자가 26일 내던진 한탄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물론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검찰 출신 야당 정치인까지 수사해야 하는 부담감이 역력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별장 성 접대’ 의혹을 받는 와중에 태국으로의 ‘몰래 출국’을 감행하다 긴급출국금지까지 당한 김 전 차관 때문에 검찰이 다시 한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수사 과정에서의 뇌물 혐의와 외압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이번 사건만 놓고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삼수’를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국민적 불신을 넘어 박근혜·이명박·양승태(사법부)에 이어 자칫 ‘제4의 적폐’로 내몰릴 수도 있어 향후 수사 형식과 혐의 입증을 두고 검찰의 고민이 깊다.

재수사가 시작되면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수수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10년, 1억원 이상이면 15년이다. 진상조사단은 과거사위에 김 전 차관이 2005~2012년께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검찰은 2004년 이후 건네진 1억원이나 2009년 이후 3,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혐의 입증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직 차장검사는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을 여러 차례에 걸쳐 줬을 경우 하나의 사건에 대한 대가라는 것을 증명해야 포괄일죄(여러 개의 행위가 하나의 죄를 구성하는 것)를 적용할 수 있지만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2013년 1차 수사에서도 김 전 차관이 받은 성 접대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뇌물 혐의를 배제한 바 있다.





재수사 대상으로 포함된 당시 청와대의 민정수석실 ‘외압 수사’ 의혹도 검찰은 반드시 밝혀내야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이 경찰 내사에 개입하고 경찰 지휘 라인을 교체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크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의 정상적인 업무라는 주장을 깨뜨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공정성 논란도 돌파해야 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측이 경찰에 내사 상황을 확인했다고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며 “경찰 지휘 라인이 당시 어떤 이유로 교체됐는지도 불투명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 형식 선택은 신뢰 회복을 외치고 있는 검찰로서는 가장 큰 숙제다. 법무부와 대검은 특임검사와 상설특검·특별수사단 등 다양한 수사 방식을 두고 검토 중이다. 김 전 차관이 현직 검사가 아닌 만큼 엄격하게 적용하면 특임검사 수사 대상은 아니다. 법무부 장관 지시로 정해진 기간 내에 강도 높은 수사를 할 수 있는 상설특검(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외압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야당이 추천위 구성에 협조할 가능성은 적다. 일각에서는 검사장급 검사를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또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형국으로 보면 검찰이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어떤 형식이든 검찰 내부 인력으로 수사팀이 꾸려지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권 합의하에 특검으로 갈 수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여야 합의가 쉽지 않다.

청와대의 압박은 검찰에 가장 뼈아픈 일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을 언급한 데 이어 여당도 “시대적 과제”로 설정하고 입법 노력에 한층 박차를 가할 태세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사건은 공수처가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며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재수사 결과에 따라 명운이 갈릴 수 있는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공수처 신설까지, 시작 전부터 속내가 복잡해지는 이유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굳은 표정으로 “(과거사위) 자료를 받아보고 (충분한 검토해) 결정하도록 하겠다.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성실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현호·조권형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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