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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만필] 투자와 투기 사이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文정부 '부동산은 곧 투기' 죄악시

"사는 집 남겨놓고 다 팔아라" 강요

부의 축적 욕망은 사회발전 원동력

공정한 룰 정해주고 시장에 맡겨야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직업상 고객들로부터 새로운 레이저나 신치료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영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리프팅 레이저로 우리나라에서는 모병원만 독점계약을 해 사용하고 있다는데 리프팅 효과가 너무 좋다는 것이다. 모클리닉에서 개발했다는 ‘특허받은’ 지방분해주사도 ‘유명한’ 신치료법이다.

이런 질문들을 받으면 필자는 경제적 관점에서 얘기해준다. 레이저를 개발한 영국 본사 입장에서는 그 병원에만 독점을 줘서 한 대를 팔면 좋겠나 아니면 독점 대신 수십대를 팔면 더 좋겠나를 물어본다. 당연히 수십대를 파는 것이 본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한 대만 팔았다는 것은 아직은 효과에 자신이 없거나 검증이 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특허받은 지방분해주사도 사실 내용을 보면 조성물 특허로서 새로운 약물을 개발한 것이 아니었다. 기존에 지방분해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사실은 효과가 신통하지 않아 별로 사용되지 않는 약물들을 비율을 달리해 배합한 후 조성물 특허를 받은 것뿐이었다. 이런 경우도 그 병원에서만 주사를 시술하는 것보다는 상품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 수천배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겠지만 효과에 특별한 차별성이 없으니 마케팅을 이용해서 자기 병원에서만 고가에 시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효과도 신통하지 않은 이런 치료법들을 독점이나 특허와 같은 마케팅으로 띄워서 ‘너무 비싸게’ 받는 것 아니냐는 필자의 하소연에 어느 선배 피부과의사는 한 차원 높은 조언을 해줬다. “효과가 전혀 없는 상품을 100원을 받고 파는 것은 사기이지만 효과가 조금 있는 상품을 100만원에 파는 것은 마케팅 능력이다”는 것이다. 100%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너무’ 비싸다는 개념의 ‘너무’가 주관적이라는 얘기이고 재화의 가격은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적절하게 결정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인 셈이다.





사실 샤넬 핸드백이 국산 핸드백보다는 10배 이상 비싼 데 비해 품질이 10배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샤넬백이 너무 비싸다고 항의하지는 않는다. 어떤 재화의 가치는 공급과 수요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되며 시장에서 선택되면 살아남는 것이고 아니면 퇴출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고 모든 사람을 한순간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처럼 위에서 언급한 비방들이 앞으로도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며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이처럼 병원의 치료비도 적절한 것인지 과도한 마케팅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투기와 투자는 구분하기 더 어려운 것 같다. 지난달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3주택 이상 소유자로 장녀에게 꼼수증여 등의 의혹까지 겹쳐 낙마했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재개발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물러났다. 두 사람 모두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매입을 한 것이지만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는 정책을 강조해온 정부이기에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주관적인 이유로 물러났다.

현 정부는 지난 2017년 8·2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거주하는 주택 하나만 빼놓고 나머지는 팔라고 공식적으로 얘기했지만 최근 공개된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국회의원의 약 40%와 고위공직자 중 30%가 다주택자라고 한다. 거기다 장관 후보자 7명 중 4명은 집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다. 그렇다면 이렇게 훌륭한 분들도 지키지 못할 일을 도덕적으로 계속 죄악시할 게 아니라 이제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시장에 맡겨두는 게 어떨지.

부의 축적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고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본축적 욕망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라고까지 했는데 현 정권은 부동산만큼은 유독 투기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도덕적으로 죄악시하고 있다. 명확히 규정할 수도 없고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은 공정한 룰만 정해주고 시장에 맡겨주는 게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면 노후대책 남이 하면 부동산투기라는 김 전 대변인은 염치가 없는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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