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회사원 박민재 씨는 화분에 담긴 ‘엘도’를 입양했다. 박 씨는 ‘엘도’가 비실비실해 보일 때면 마음이 쓰이고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한다. ‘엘도’는 그가 키우는 반려 식물 ‘몬스테라’의 이름이다.
한국에서 2016년부터 유행한 열대 식물 몬스테라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의 북유럽 인테리어가 인기를 얻으면서 단조로운 집안 곳곳 초록색 식물을 들여 분위기를 내는 데 사용됐다. 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웬만한 환경에서 잘 자라다 보니 어느새 인기 있는 ‘반려 식물’로 재탄생했다. 몬스테라는 어떤 모양으로 잎이 나올지 몰라 기대감을 주는 식물이다. 처음에는 구멍이 없는 잎이 나오지만 점점 새잎이 자라나며 구멍이 생기고 ‘나만의 몬스테라’가 탄생한다. 박 씨의 ‘엘도’도 생명력이 대단하다. 빠른 성장 덕에 “사무실이 곧 아마존이 될 것 같다”며 웃는 박 씨는 ‘엘도를 가능한 가장 크고 무성하게 키우고 싶다’고 전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완연한 봄을 맞아 식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1인 가구와 노령 부부로 이뤄진 2인 가구를 중심으로 증가 중이다.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찾는 소소한 기쁨’이나 ‘힐링되는 느낌’ 등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좋은 감정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서울시가 70세 이상 저소득 독거노인 2,0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시범 운영한 결과 우울감이나 외로움이 해소되고 주변 이웃들과 친밀감이 올라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식물은 사실 우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다. 화단에 식물을 심고 난을 가꾸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다만 달라진 것은 ‘펫 플랜트(Pet Plant)’나 ‘반려 식물’처럼 식물에 이름을 붙여주고 마치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처럼 애정을 쏟아 기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관리와 애정이 필요하고 주인의 손길에 따라 자랄 수도 죽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반려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한다. 힘이 들 때 반려동물에게 위로를 받듯 걱정거리가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르는 식물을 바라보거나 잎을 닦아주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사람도 많다. 앞서 박 씨 역시 실제 반려동물을 기르듯 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처럼 식물을 키우는 기록도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올린다. 사람들이 #독스타그램 #펫스타그램을 올리듯 그도 ‘ELDO 성장일기’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성장 기록을 남기고 있다.
식물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사람도 많다. 물에 동동 떠오르는 ‘마리모’는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담아 기르는 가장 ‘동물 같은’ 반려 식물로 꼽힌다. 마리모는 광합성을 할 때 공기층이 생겨 물 위로 떠오를 때가 있는데 이를 보고 사람들은 ‘마리모가 기분이 좋다’고 표현한다. 일부는 마리모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정성을 쏟고 마리모가 ‘재롱을 부리고 있다’고 말한다. 예쁘고 동그란 모양을 잡아주기 위해 마치 애완동물을 쓰다듬듯이 손으로 살살 어루만져주기도 한다.
마리모는 담수성 희귀녹조류 중 하나로 일본에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바 있으며 특히 100년을 넘게 살 수 있어 ‘평생 함께 갈 반려식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마리모는 나이에 따라 크기가 다른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커지는 습성도 동물과 유사하다. 6개월 된 마리모는 500원 동전만 한 크기지만 50년이 넘은 마리모는 야구공 크기로 자라기도 한다. 100살이 넘으면 축구공처럼 커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지는 마리모를 보고 6개월 생 마리모를 택하는 이들은 “크는 것을 지켜보는 것”에 중점을 둔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상품들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완성품으로 ‘마리모 하우스’를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부터 마리모를 직접 고르고 넣은 어항과 소품들까지 선택하는 마리모 매장도 생겼다. 20~30대를 비롯해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부모들이 주로 찾고 있다고 업체는 전했다.
/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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