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궐선거 이후 정계에 서서히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대 국회 임기 만료를 1년을 앞두고 지난 3일 보선에서 바른미래당이 ‘참패’하면서 내홍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이 보수파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흡수하는 ‘보수 빅텐트론’과 진보파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민주평화당과 연합하는 ‘제3지대론’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손학규 대표는 4·3 보궐선거의 결과에 대해 “쓰디쓴 패배”라면서도 한국당과의 야합설을 일축했지만 보수파인 바른정당 출신의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은 ‘쓰디쓴 패배’에 대해 “새로운 지도체제를 세워야 한다”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 혹은 재신임 투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을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인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찬열 의원이 선거 패배에 대해 “내부총질이 가장 큰 문제”라며 깨끗하게 갈라서자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특히 같은 날 열린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에서 보수 행보를 보이며 손 대표에 “지질하다”고 막말을 한 이언주 의원에 대해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내리자 보수파 의원들이 반발하며 당내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은 보수통합론을 거론하며 다시 빅텐트를 위한 포석을 놓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보궐선거 직후인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헌법 가치를 같이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함께하는 통합을 꿈꾸고 있다”며 보수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2월 당 대표 후보 시절에도 “당 대표가 되면 다시는 계파 문제가 언급되지 않게 하고, 헌법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분이 한국당 빅텐트에 모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보수통합론을 강조했다. 지난 6일 유튜브 방송인 ‘신의한수’에 출연해 “대한애국당이 얻은 0.8%가 저희에게 왔으면 이길 수 있었다”며 “한국당이 더 튼튼해지고 더 많은 분들을 품을 수 있는 저장고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바른미래당의 분열이 가시화되면서 진보진영 쪽에서는 평화당을 중심으로 ‘제3지대론’이 부상하고 있다. 정부에 찬성하면 여당 소리를 듣고 반대하면 한국당과 야합했다는 소리를 듣는 평화당이 진보파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흡수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제3지대는 최경환 평화당 의원이 지난단 30일 당 개편대회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에 앞장서서 건강한 제3지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며 언급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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