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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판독 척척' AI SW...진단 정확도 입증·건보 적용이 활성화 관건

■‘스마트 의료기기’ 싹 틔우려면
원격 모니터링용 의료기기 등은
간이 임상연구 통과하면 시판허가
식약처 문턱 의약품보다 낮지만
건보 적용때까지 버티기 어려워
AI SW기업 병목현상 최소화 초점
임상검증 비용 지원책 마련하고
심평원 'AI급여' 가이드라인 활용

[관점] '판독 척척' AI SW...진단 정확도 입증·건보 적용이 활성화 관건
인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뷰노와 입원환자의 혈압·맥박·호흡수·체온을 모니터링해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알려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AI SW)를 개발해 임상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메디플렉스 세종병원

[관점] '판독 척척' AI SW...진단 정확도 입증·건보 적용이 활성화 관건
휴이노가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손목시계형 심전도 기기.
/사진제공=휴이노

[관점] '판독 척척' AI SW...진단 정확도 입증·건보 적용이 활성화 관건

건강검진 때 찍은 X선 영상으로 폐암·유방암 등에 걸렸는지를 의사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AI SW). 시계처럼 차고 있으면 심전도·혈압·맥박 등 임상 관련 데이터를 24시간 모니터링하다 심정지·뇌졸중 등의 발생 위험이 높을 경우 환자·의사에게 알려주는 스마트 워치·밴드 같은 웨어러블 의료기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 차원에서 딥러닝 기반의 AI SW 개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SW와 의료기기가 상용화될 경우 질병 진단 등을 통한 건강 증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기기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영역이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와 검증 과정에서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지금까지 이런 의료기기 4개(SW 1개, 스마트워치 1개)를 허가했지만 SW의 경우 이보다 올 하반기에 식약처 허가가 예상되는 것들이 임상 현장에서 널리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의사가 폐를 찍은 흉부 X선 영상으로 폐암·폐결핵·폐렴·기흉 등 4대 흉부질환을 평균 97% 이상의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AI SW. 루닛이 박창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과 공동개발한 이 SW를 국내외 5개 대학병원에서 검증해봤더니 4대 흉부질환 병소의 존재 여부와 위치를 판독해내는 정확도가 98.5%로 영상의학 전문의(87%)나 흉부 영상의학 전문의(90.7%)보다 한 수 위였다. 올 하반기 중 식약처 허가를 거쳐 상용화될 예정이다.

#뇌경색으로 인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신경외과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70대 남성 A씨. 화장실에 다녀오다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꼈다. 당직 의사는 일시적 저혈압으로 판단해 수액 투여만 할 예정이었지만 뷰노와 이 병원이 공동개발한 AI SW ‘이지스’와 연동된 신속대응팀 컴퓨터 화면에 ‘알람’ 신호가 떴다. 입원 때부터 체크한 A씨의 혈압·맥박·호흡수·체온을 바탕으로 매긴 A씨의 심정지 발생 위험도가 0점에서 94점(최고 100점)으로 치솟았기 때문.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응급 검진에 나섰고 당직의사·주치의와 상의해 중환자실로 옮겼다. A씨의 심장은 30분이 지나지 않아 멈췄지만 의료진의 심폐소생술(CPR)과 약물 치료로 2분 만에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지스도 올 하반기 중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식약처가 지난달 의료기기로 허가한 휴이노의 손목시계형 심전도 기기 ‘메모워치’. 병원에 입원해 몸 여러 곳에 전극을 붙이고 24시간 심전도를 측정하는 홀터심전계와 달리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전도와 혈압·심박수 등을 측정해 의사에게 전송할 수 있다. 원격의료 논란이 있어 고려대안암병원 의사가 메모워치로 측정한 심전도 기록을 모니터링해 이상이 있으면 전화나 문자로 병원에 오라고 안내하거나 협력 병·의원을 소개해주는 시범 서비스를 정부가 허용해줬다.

AI SW든 원격 모니터링 의료기기든 의료 현장에서 널리 쓰이려면 무엇보다 진단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또 이를 진단·치료에 활용하는 의사의 의료 행위에 건강보험 수가(酬價·서비스 가격)가 책정돼 그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치료와 관련된 모든 의료행위·치료재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많은 환자를 진료하려면 적잖은 비용과 노력·시간이 들어가는데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AI SW나 원격 모니터링 의료기기도 의료 현장에서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의료기기에 대한 식약처의 시판 허가 절차가 의약품에 비해 까다롭지 않다는 점도 건강보험 적용 측면에서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의약품은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까다로운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시판 허가를 받는다. 반면 AI SW나 원격 모니터링용 의료기기 등은 식약처 승인을 받지 않은 ‘간이 임상연구’ 등으로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어느 정도 입증되면 시판 허가를 받는다.

그런데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AI SW를 개발할 때 딥러닝에 쓰인 특정 병원의 환자 데이터뿐 아니라 다른 병원의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도 비슷한 정확도가 나온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신의료기술)의 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의약품에 비해서는 문턱이 낮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창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중소 AI SW 기업에는 식약처 허가 후 건강보험 적용까지가 병목현상을 빚는 또 다른 고비인 셈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은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 예산과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쓰는 것이어서 AI SW 산업 진흥의 논리만 내세워 정확도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완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와 관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영상의학회는 ‘AI 기반 의료기술(영상의학 분야) 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AI SW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해 의사의 판독·진료시간만 줄여줄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용(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고 △의미 있는 진단 향상 때는 적용 검토 △환자의 궁극적 치료 결과가 좋아지거나 비용 효과성을 입증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점] '판독 척척' AI SW...진단 정확도 입증·건보 적용이 활성화 관건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AI 진단보조 SW 허가, 검증완료 의미하지 않아”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딥러닝 기반의 의료 관련 인공지능 소프트웨어(AI SW)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임상 검증 완료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특정 병원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임상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공적 재원인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으려면 여러 병원에서 객관적인 임상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AI SW와 관련 산업이 성공하려면 여러 병원에서 높은 진단 정확도를 검증받고 더 나아가 환자의 궁극적 치료 결과를 향상시킨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한영상의학회 임상연구네트워크장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학회가 ‘AI 기반 의료기술(영상의학 분야) 건강보험 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다만 창업한 지 얼마 안 되는 AI SW 기업들이 이런 요건을 다 충족하기란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식약처 허가를 받아도 임상 검증을 받기까지 제품 판매가 쉽지 않다. X선 영상 판독 AI SW의 경우 이를 사서 임상 검증을 하는 의사나 병원의 입장에서도 건강보험 적용 때까지 비용·노력은 투입되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될 때까지 기존의 영상진단료만 받을 수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 치료와 관련된 모든 의료행위·치료재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박 교수는 “의료기기는 의약품에 비해 식약처 허가 문턱이 낮지만 임상 검증 때까지 관련 수익을 내기 어려워 정부가 비판을 받기 쉬운 특성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관련 예산·기금 등을 활용해 임상 검증 비용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AI SW의 임상 검증에 상당한 예산을 지원했고 우리 정부도 신약 임상시험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박 교수가 지난해 1~8월 국내외의 AI 의료 SW 관련 논문 516편을 분석했더니 70%가량이 영상의학 분야였다.

박 교수는 또 “진단 정확도나 치료 효과를 향상시킨 것으로 검증된 AI SW를 진료에 활용한 경우 해당 의료행위에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해 보상해줄 필요가 있다”며 “영상의학 분야에서는 기존의 검사 수가에 가산료를 지급하는 방식 등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산료는 건강보험 당국이 현재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영상저장·전송시스템(Full PACS)을 도입·이용하는 의료기관에 가산료를 포함해 제1장의 경우 올해 기준 846원(병원)~1,429원(상급종합병원)의 X선 영상진단료를 적용하고 2~5장까지는 50%씩 가산해주고 있다.

박 교수는 환자의 심전도·혈압·심박 등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워치·밴드 등의 웨어러블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면 의사가 환자에게 의료기기를 쓰도록 처방하고 측정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래야 원격진료·비대면진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의사의 처방과 관련이 없는 경우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기 때문이다.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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