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 데 대해 이란 정부도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등 ‘맞불’ 조치에 나서면서 지난해 미국의 제재복원으로 불거진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다른 나라의 군대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오는 15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 기업과 은행들은 자신들이 거래하는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든 혁명수비대와 거래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미국이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을 포함해 12만 5,000명가량의 현역 병력을 보유한 최정예 부대로, 지난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으로 친미 왕정을 축출한 후 이란 정규군과는 별도로 창설됐다. 미국 측은 혁명수비대가 이란뿐 아니라 이라크·시리아·예멘 등 인근 중동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테러조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판단해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미국의 조치에 이란 최고지도자의 직속 조직인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날 “(중동에 주둔하는) 미 중부사령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며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미 중부사령부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이란·파키스탄·시리아 등지에서 미국의 안보 이익을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주둔군이다. 최고국가안보회의는 미 국무부가 이란과 혁명수비대를 제재할 때 사용한 ‘테러조직’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되받아 사용하면서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미국 정권이야말로 중동과 국제 평화·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맹비난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9일 ‘핵 기술의 날’ 행사에서 “우리를 약하게 하는 게 그들(미국)이 가한 제재 목적이었지만 지난 1년간 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미사일 기술을 성취했다”며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미국이 과거에 IR-1 원심분리기를 두려워했다면 오늘 우리는 IR-6를 내보일 것이고 그들이 계속 무례하게 군다면 IR-8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이스라엘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9일 총선을 하루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선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 같은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내 친구 트럼프가 나의 또 다른 요구를 들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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