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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1> 中 "독립 불가" 압박에..."이미 남남" 대만 거부속 美는 군사지원 늘려

■미중 무역전쟁에 더 커지는 대만 ‘독립’ 논란

1949년 국민-공산당 내전으로

두개 나라로 쪼개져 분단 고착화

'대만독립' 70년간 뜨거운 감자로

내년 1월 '총통 선거' 앞둔 대만

독립파 VS 현상유지파 충돌 격화

美는 "中 견제" 노골적 편들기

최신 전투기 F-16V 수출 등 지원

中 "대만은 신성한 영토의 일부

통일위해 무력사용도 불사" 강경

최근 대만 동부에 위치한 화롄을 두고 중국과 대만 정부 사이에 트위터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2일 오후1시(현지시간)께 중국 인민일보가 자사의 트위터 계정에 대만의 유명 관광지 화롄의 모습을 담은 항공촬영 영상과 함께 “지상에 있는 요정의 땅! 화롄 해변의 항공촬영 영상, 중국의 대만(Taiwan, China)”이라는 메시지를 올리자 대만 외교부가 맞대응 트윗을 띄운 것이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오후10시 트위터를 통해 “당신은 꿈꾸고 있다. 화롄은 중국이 아닌 대만에 있다(Taiwan, not China). 침 흘리지 마시길!”이라고 대꾸했다. 쟁점은 ‘중국의 대만’인지 아니면 ‘중국이 아닌 대만’인지 여부였다. 인구 2,400만명 국가인 대만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지난 70년 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대만 문제가 미중 무역분쟁 과정에서 더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대만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면서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대만은 대만대로 내년 1월 총통(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독립’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내 통제를 위해 애국주의에 힘을 실으면서 대만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대만 내 독립파와 현상유지파 등 4개 세력의 각축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 3월27일 미국 하와이를 방문한 가운데 대만계 사람들이 민진당기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대만 안에서도 중국과의 통일이나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측은 태양이 그려진 중화민국기를, ‘독립’을 지지하는 측은 대만 지도가 그려진 민진당기를 앞세우는 현실에서 혼란스러운 대만의 정치 상황이 드러난다. /AP연합뉴스




◇70주년 맞는 ‘국가 대만’의 역사=1949년은 중국을 ‘구중국’과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으로 나누는 기점인 동시에 대만의 역사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다. 1949년 이전까지 중국의 한 지방에 불과했던 대만은 그 이후 사실상 별개의 나라가 됐다.

대만섬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오래지 않았다. 대만이 중국의 실질적인 일부가 된 것은 17세기 만주족의 청나라 때 일이다. 당시 명나라의 잔여세력이 대만을 거점으로 본토를 공격하자 청나라군이 이를 토벌하고 아예 영토로 삼았다. 그 후로 대륙에 묶여 있던 대만이 지금처럼 분단의 길을 가게 된 계기는 중일전쟁 직후부터 벌어진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이었다.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옮겨가면서 대륙의 공산당과 대립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1949년의 일이다. 중국 역사의 정통성이 청나라에서 중화민국으로, 다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중화민국의 잔여세력이 중국 영토의 한 귀퉁이인 대만섬을 차지하며 복잡한 구도가 형성됐다.

대만에서는 장제스가 이끈 중화민국의 대만 이전을 ‘국부천대(國府遷臺)’라고 부른다. ‘정부를 대만으로 옮겼다’는 의미다. 수도 이전을 뜻하는 ‘천도’라고 하지 않는다. 이는 당시 중화민국 정부가 대만에 머물며 독립 공화국을 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회복해야 하는 영토로 본 반면 중화민국은 대만을 거점으로 대륙을 탈환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양측 모두 당초 목표는 통일이었다. 하지만 70년이 흐르면서 마치 남북한처럼 두 개의 나라라는 분단이 고착화했다. 그 사이 중국과 대만의 국력 격차는 커졌고 국면도 바뀌었다. 중국이 대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력을 키우면서 ‘통일’을 요구하는 공세가 계속됐다. 수세인 대만은 현상유지에 급급했고 미국을 배경 삼아 중국에 저항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립과 통일 사이에 낀 대만=대만의 국민 구성은 특이하다. 중국에서 어느 시기에 대만으로 넘어왔느냐에 따라 정치성향이 달라진다. 우선 2,400만 인구 가운데 한족이 절대다수인 98%를 차지하고 한족이 대만으로 오기 전부터 살았던 원주민은 2%에 불과하다. 한족 중에서는 명·청대 이후 1945년까지 본토에서 넘어온 사람을 본성인이라 부르며 비중은 84%다. 1945년 이후 국민당을 따라 넘어온 사람은 14%로 이들이 외성인이다.

당초 국민당 정부는 중화민국 국군과 함께 들어온 외성인을 기반으로 대만을 지배했다. 대륙광복을 목표로 1987년까지 계엄이 유지됐을 정도다. 당연히 독재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는데 그 구심점이 민주진보당(민진당)이었다. 민진당은 대만독립을 요구하며 차별받던 본성인을 기반으로 세력을 넓혔고 2000년 드디어 총통을 배출했다. 대만 독립을 추진했던 천수이볜이 그 주인공이었다.

다만 중국의 반발과 이에 영향을 받은 경기 침체 여파로 정권은 2008년에 다시 국민당으로 넘어갔다. 민진당은 2016년 선거에서 현 차이잉원 총통을 앞세워 다시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차이 총통은 천 전 정부 때처럼 대놓고 독립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착실히 분위기를 다지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와 대만 외교부의 트윗 논쟁은 그 일례일 뿐이다.

국민당과 민진당은 ‘대만 독립’에 대한 해석도 서로 다르다. 대만의 정식 국명은 ‘중화민국’이고 명분상으로는 중국 대륙의 주권자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대만섬만을 지배한다. 민진당 등이 요구하는 대만 독립은 중화민국을 대만공화국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의미에서의 독립으로 대륙의 중국(중화인민공화국)으로부터의 독립인 동시에, 허울뿐인 중화민국에서의 독립이기도 하다.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국가 대만을 세우자는 의미다.



반면 국민당 측은 이러한 독립에 반대한다. 중화민국을 유지하고 중국과의 통일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일을 위해서는 중국이 민주화돼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다. 즉 민주선거를 통해 통일을 한다면 고려해보겠다는 것이 국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 민주화는 어림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국민당은 대만에서 현상유지파로 남아 있다. 대만 안에서도 독립이냐, 현상유지냐로 갈리는 셈이다.

중국은 단호하다. 중국의 현행 헌법 서문에는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신성한 영토의 일부다. 조국통일의 대업을 성취하는 것은 대만동포를 포함하는 전 중국인민의 신성한 의무다”라고 규정돼 있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당연한 일부이며 이른바 ‘귀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안이다. 가장 단순하게는 대만 주요 정당들이 해산하고 공산당 일당체제 아래로 흡수되는 것부터 홍콩·마카오 방식의 ‘일국양제’, 즉 주권은 중국이 갖되 대만에 자치를 보장한다는 논의 등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키우는 대만 문제=분단 시기가 길어지면서 대만인의 중국 인식은 옅어지고 있다. 대만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만이 그들의 모국이 된 것이다. 민진당의 대만 독립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재에 밝은 ‘중국인’답게 섣불리 독립을 요구했다가 중국과 충돌하면 경제적으로 손해라는 생각에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이러한 팽팽한 긴장상황을 깬 것은 대만의 후견자이기도 한 미국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장이다. 그동안 미국의 대만정책은 국민당과 유사한 현상유지였다. 하지만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중국을 가상의 적국으로 여기면서 이를 견제하는 보루로서 대만의 가치가 커진 것이다.

트럼프는 이례적으로 2016년 12월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차이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대만, 특히 독립을 요구하는 민진당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에는 최신형 전투기 F-16V의 대만 수출을 승인하기도 했다. 지난 3일에는 대만에서 미국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재대만협회에 해병대 등 현역 미군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도 공개했다. 린잉유 중정대 교수는 “대만에 미 해병대원이 근무한다는 사실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미국은 ‘하나의 중국’ 약속을 지켜 대만과 어떤 공식적인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미국이 노골적인 ‘대만 편들기’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중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 초 신년사에서 “대만 통일을 위해서라면 무력사용도 불사할 것”이라며 초강경 발언을 했다. 이후 대만해협 인근에서 중국군의 훈련도 늘어났다. 중국 공군기가 지난달 31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상공을 침입하기도 했다. 대만 위기는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전문가들이 보는 대만 70주년 이후의 변수는 세 가지다. 우선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서 얼마나 양보할지가 관건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전투기 판매를 취소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차이 총통이 내년 1월 선거를 앞두고 어느 선까지 독립 요구를 할지도 중요하다. 실제 독립을 추진하면 ‘집토끼’인 민진당 지지자는 만족시킬 수 있지만 안정을 요구하는 다수 대만인과는 등질 수 있다. 시 주석으로서도 대만을 너무 옥죄면 오히려 독립파에 힘을 실어줄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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