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임직원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경우 회사까지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11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이 임직원의 부당노동행위 시 회사를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노동조합법 94조가 위헌인지 판단해달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자동차 제조업체 A사는 구매본부·개발팀 등 임직원 4명이 노동조합을 조직,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고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노동조합법 94조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노동조합법 94조는 회사 임직원이 불법행위를 한 경우 회사도 함께 처벌하도록 한 이른바 ‘양벌규정’이다.
A사의 1심 재판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지난 2017년 10월 이 조항이 ‘형벌의 책임주의’를 위배할 여지가 있다며 헌재에 이를 판단해달라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관해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과 행위구조 등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하지 않았다”며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2009년 7월 면책 사유를 정하지 않은 회사의 양벌규정에 대한 첫 위헌 결정 이후 비슷한 사안에 일관되게 위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노조법 위반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부당노동행위는) 대표자의 지시 없이 노무 담당자 등이 단독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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