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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계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통계청이 11일 ‘팔마 비율(Palma ratio)’ 등 4개 소득분배지표를 갑자기 공개한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발표가 예정돼 있지 않았던데다 그 내용에 정치적으로 오해할 만한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팔마 비율은 가계소득 상위 10% 인구의 소득점유율을 하위 40% 인구의 소득점유율로 나눈 것이다. 커지면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는 의미다.

한국의 팔마 비율은 2017년 1.44배로 2016년(1.45배)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30위에 머물렀다. 다른 지표들도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새로운 소득분배지표 발표 직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이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하다”고 발언한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수치를 공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통계청은 “학계를 중심으로 한국도 해당 분배지표를 작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돼왔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팔마 비율은 학계에서도 일부 학자들만 쓰는 지표다. 분위별 소득자료를 가공한 지표여서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보조지표로만 사용된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해 8월 취임 당시부터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효과를 통계로 뒷받침하기 위해 임명됐다는 구설에 올랐다. 보건사회연구원 재직 당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정부와 코드를 맞춘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코드에 맞는 유리한 경제지표만 골라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업자가 2개월 연속 20만명 늘었다는 ‘3월 고용동향’이 발표된 직후 “긍정적인 경제 모멘텀’이라고 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60세 이상의 단기 일자리만 급증했는데도 고용시장이 개선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통계가 정치논리에 휘둘리면 잘못된 정책이 나오고 결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통계는 통계 그 자체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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