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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가난 속에서 피어난 현대 영어의 기틀

1755년, 새뮤얼 존슨 영영사전 편찬

[오늘의 경제소사] 가난 속에서 피어난 현대 영어의 기틀

새뮤얼 존슨. 18세기를 살았던 영국 문인이자 사전 편찬자다. 영문학 교과서에서는 ‘정확한 영어사전을 처음 펴내 현대 영어의 생성과 발전한 기여한 인물’로 기억한다. 당시 영국인 평균 수명 44세보다 긴 75세(1709~1784년)를 살았던 그는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의 본보기처럼 살았다. 출생부터 그랬다. 어머니가 40세에 낳은 늦둥이. 25세에는 46세 과부와 결혼해 사별하고 말년에는 서른한 살 어린 ‘친구’와 여행을 즐겼다.

돈에도 많은 숫자를 남겼다. 돈이 없어 옥스퍼드대를 13개월만 다니고 집세를 못 내 열일곱 번 이삿짐을 꾸렸다. 50대 후반에 5파운드와 40파운드가 없어 채무자 감옥에 두 번 투옥된 경험도 있다. 가장 큰돈을 다뤘던 해는 1746년. 출판업자들과 금화 1,500기니(약 3억5,705만원)로 영어사전 출판계약을 맺을 때다. 계약 당시에도 존슨은 숫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프랑스 학자 40명이 40년 동안 편찬한 사전을 3년 만에 완성하겠노라고 큰소리쳤다. 영국인의 능력이 프랑스인보다 수십 배 뛰어나다는 호언장담과 함께.

약속했던 기한을 결국 못 지켰지만 그는 9년 만인 1755년 4월15일, 영어사전을 세상에 내놓았다. 초기에는 조수 6명의 조력을 받았으나 나중에 거의 혼자서 이룬 결과는 방대했다. ‘개’라는 항목에 ‘널리 알려진 동물’이라는 식의 설명을 달았던 이전의 사전과는 격이 달랐다. 영국에서 최초의 사전이 출간된 시기는 1440년. 라틴어-영어 사전이 나온 뒤 1604년 단어 2,500개를 수록한 영영사전이 출간됐다. 18세기 들어 만 개 이상의 단어를 다룬 사전이 나왔어도 어느 누구 하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출판업자들이 존슨을 택한 것은 ‘가격 대비 성능’을 믿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지성과 비상한 기억력’을 지녔지만 대학 졸업장이 없어 인건비가 싼 존슨을 적임자로 골랐다. 연상의 아내에게 딸려온 2남1녀 가정을 꾸리는 데 허덕여온 존슨은 사전 편찬 시한을 넘기며 더 쪼들렸지만 대작을 만들어냈다. 폴리오판(높이 46㎝ 대형 서판) 두 권에 실은 사전은 4만2,773개의 단어와 11만4,000여개의 예시문을 실었다. 존슨은 예시문을 셰익스피어·밀턴 등의 명문장에서 골랐다. 옥스퍼드와 노아 웹스터(미국)의 사전 편찬에도 나침반 역할을 했던 존슨은 여유로운 말년을 보냈다. 영국 왕 조지 3세가 사전 편찬의 공로를 인정해 연 300파운드씩 특별연금을 내린 덕분이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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