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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中 사드보복에 우리는 ‘와신상담’ 했나

최수문 베이징특파원

  • 최수문 기자
  • 2019-04-14 17:58:37
  • 경제·마켓
[특파원칼럼] 中 사드보복에 우리는 ‘와신상담’ 했나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으로 위안밍위안(원명원)이 있다. 원래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이었는데 제2차 아편전쟁 와중인 1860년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쳐들어와 불태웠다. 그 부서진 돌무더기 사이로 한 유럽인의 흉상이 서 있다. 소설 ‘레미제라블’을 쓴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다. 그 옆에 놓인 석판에는 그의 저작 ‘중국여행’의 한 페이지가 새겨져 있다. ‘어느 날 두 명의 강도가 여름궁전에 침입했다. 한 명이 물건을 쓸어담는 동안 다른 한 명은 불을 질렀다’로 시작하는, 그의 조국 프랑스의 만행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중국인들이 일부러 위고의 흉상과 글을 놓아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들의 불만이 단순한 피해자 측의 하소연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영국과 프랑스의 만행을 제3자의 목소리로 비판하는데 그 제3자는 바로 프랑스인이다. 유럽은 앞서 가해자였지만 앞으로 재판관의 역할도 해달라는 것이다. 유럽 문명에 대한 중국의 외경이 느껴진다.

지난달 미국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이 베이징을 방문했다. 그 바쁘다던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 대학 총장을 직접 만났다. 다음날 인민일보 1면 사진 속에서 시 주석은 배카우 총장과 정상회담이라도 하듯 나란히 앉았다. 미국 대학에 대한 존중을 담은 의미다. 시 주석의 무남독녀도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미국 대학들이 화웨이와 공자학원을 퇴출하고 있지만 중국이 강력히 항의했다는 소식은 없다.

일본은 어떨까. 중국은 일본에 대해 반감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 공포심도 있다. 청일전쟁에서 패했고 중일전쟁도 미국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이겼다. 전쟁으로 황폐된 나라가 20여년 만에 부흥해 세계적인 강국이 된 것도 중국인들에게는 놀랍다. 중국을 재침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중국이 쓰는 핵심기술 중 상당수는 일본의 것이다.

중국을 둘러싼 다른 나라들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사회주의 스승으로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을 만든 옛 소련의 후계자다. 현재도 중국의 최대 맹방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1979년 전쟁에서 중국을 이긴 국가다. 중·베트남 전쟁은 중국이 가장 최근에 치른 전쟁이다. 지금은 존재가 미미해졌지만 몽골도 한때 중국을 지배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존재가치는 무엇일까. 지난주 베이징에 부임한 장하성 주중대사는 첫 사업으로 한중정상회담을 제시했다. 시 주석은 오는 6월을 전후해서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교민사회는 여기에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웃으며 찍을 사진만으로도 중국 내에서 한국의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곧 터무니없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의 중단과 한중관계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문제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점이다. 한중관계를 사드 보복 이전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사드 보복이 진행되는 동안 만들어진 새로운 역학관계 때문이다. 과거 중국이 한국을 대우했다면 그건 배울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국이 이제는 유럽·미국과 거의 대응하게 됐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중국은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한국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와신상담(臥薪嘗膽)’했는지 의문이다. ‘섶에 눕고 쓸개를 씹으며 복수를 다짐한다’는 중국 고사처럼 말이다. 현재 한국의 대표제품인 현대차와 삼성 휴대폰은 중국에서 죽을 쑤고 있다. 일부 공장은 폐쇄되고 상당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영업을 방해한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 여파 때문이지만 한국 제품의 매력 자체가 점차 중국 소비자들에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한중 간 기술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어떤 부분에서는 중국의 기술이 오히려 뛰어나다. 중국의 목표는 단순히 한국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강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이를 ‘중국몽’이라고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한국이 편승해온 글로벌 경제 질서는 중국의 급부상으로 크게 바뀌었다.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과 격차를 둘 뿐만 아니라 미국·일본도 뛰어넘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제2의 사드 보복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첨단기술만이 미래 한국을 담보할 수 있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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