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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업·은행 힘합쳐 동네맛집 지켰죠

고양 자영업자 살려낸 '특별한 사연'

질좋은 재료 인기 끌던 보양식집

수술비 대느라 고금리로 1억 빚져

열심히 갚아도 '밑빠진독' 악순환

단골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나서

NH농협은행과 해결책 백방 모색

보증인 찾아 저금리로 전액 전환

삶의 의욕 찾고 이익 내며 정상화

김원길(왼쪽부터) 바이네르 대표, 조현옥 NH농협은행 백마지점장, 김재득 NH농협은행 고양시지부장이 15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식사동에 자리한 사계절에 한 데 모여 술잔을 들어 건배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바이네르




경기도 고양시 식사동에 위치한 사계절은 보양식으로 고양 지역민에게 인기가 높았다. 사계절이 문을 열었던 건 지난 2000년. 고양시 대화동에서 ‘누렁이네’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2009년 2월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상호명을 ‘사계절’로 바꿨다.

사계절이 오랫동안 고양시에서 자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신선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질 높은 보양식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게 지역 주민들의 공통된 평가다. 메인 메뉴인 해신탕엔 전라남도 고흥군에서 공수한 해산물이 가득 들어가고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농장에서 가져온 닭으로 조리한 닭볶음탕도 대표적인 인기 메뉴다. 이처럼 지역 맛집으로 자리를 지켰지만 사계절을 운영하는 이영희(57·가명) 씨의 손에 쥐는 돈은 없었다. 이씨가 진 1억원의 빚 때문이었다. 이 중 5,000만원은 2~3금융권 대출이었다. 한 달 평균 원리금 상환액만 1,000만원으로, 신용등급은 8등급이다.

이 씨가 1억원에 달하는 빚을 안게 된 것은 2011년 남편이 암 3기를 판정받게 된 후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은행 대출을 넘어서 2, 3금융권에 손을 벌려야 했다. 빚을 갚기 위해 카드론이나 고금리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사계절 부부의 삶은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씨는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단골들도 일부러 찾아주는데 통장에 돈이 모이기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다”며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지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악순환이 이어졌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단골인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였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부채를 갚기 위해 1억을 빌려주신다면 매달 300만원씩 갚겠다’는 편지를 김 대표에게 보냈다. 김 대표는 편지를 보자마자 조현옥 NH농협은행 백마지점장을 찾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달라”고 읍소했고 딱한 사연을 접한 조 지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신용보증재단을 찾는 것은 물론 각종 사내 규정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1억원에 달하는 고리 대출 전부를 저리 대출로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조 지점장은 김 대표에게 “보증인을 찾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직접 보증인을 찾아 조 지점장에게 소개했다. 김 대표의 도움으로 조 지점장은 지난달 이씨의 대출을 모두 4%대의 저리대출로 바꿀 수 있었다. 조 지점장은 “2~3금융권 대출을 1금융권 대출로 전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여러 가지 규정을 찾고 대표님 도움을 받아 3개월 만에 부채 정상화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 부부는 부채를 저리 대출로 전환한 이후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고 한다. 이 씨는 “주변 분들이 모두 제 얼굴이 밝아졌다며 옛날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하신다”며 “닭계장같은 신메뉴도 개발하는 등 지금은 일하는 게 너무 재밌다”고 강조했다. 이씨의 월 원리금 상환액은 1,000만원에서 380만원으로 줄었다. 덕분에 이씨 손엔 영업이익 1,200만원이 들어온다.

이처럼 NH농협은행과 바이네르가 힘을 모아 사계절을 도운 사례가 입소문을 타며 지역 강소기업과 금융기관의 협업으로 소상공인을 구제한 ‘관계형 금융’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NH농협은행 백마지점은 앞으로도 사계절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조 지점장은 “사계절 사장님의 신용등급이나 매출액이 조금 더 개선되면 현재 남아 있는 고금리대출도 거둬들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도 “평생 열심히 살아온 사계절 사장 부부가 용기를 찾고 다시 재기에 나설 수 있게 된 것만으로 기쁘다”며 “앞으로도 사계절이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양=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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