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업계가 초이락컨텐츠팩토리와 KBS N의 합작법인 설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초이락과 KBS N은 50대 50 합작을 통해 KBS Kids라는 독립법인을 꾸렸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사이에선 KBS Kids가 초이락의 업계 내 ‘헤게모니’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애니메이션발전연합은 17일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는 사기업 초이락과의 합작법인 추진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애니메이션발전연합은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 등 국내 애니메이션계 단체 15곳이 합동으로 발족한 단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정주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장, 남진규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장, 조태봉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장, 김남희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초이락은 손오공 창업주인 최신규 회장이 창립한 완구·콘텐츠 기업이다. 터닝메카드, 카봇, 소피루비 등 국내 유명 완구·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는 회사기도 하다.
김 사무국장은 “KBS N에 50%를 투자하는 초이락은 세간에 ‘유통 갑질’ 등의 문제를 낳은 완구회사 손오공의 설립자가 소유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무리하게 진행되는 KBS Kids 채널의 독립 법인화로 인해 KBS Kids는 물론이고 KBS 본방송 편성에까지 초이락이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 업계가 합작법인 설립에 경계심을 세우고 있는 건 초이락이 발휘하고 있는 업계 내 ‘권력’이 공고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완구를 기획하고 이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초이락의 전략을 고려할 때, KBS Kids가 ‘완구 홍보채널’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김 사무국장은 “이번 독립법인 설립을 통해 KBS라는 공영방송 채널이 개인기업 초이락의 완구 사업을 위한 홍보채널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KBS는 ‘한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와 공영방송 채널의 ‘방송시간 몰아주기’라는 특혜 논란과 사회적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전연합은 KBS Kids 합작법인 추진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A사의 대표는 “KBS Kids 합작법인이 이대로 승인된다면, 가뜩이나 애니메이션 업계에 상당한 권력을 발휘하고 있는 초이락의 힘이 더 세질 것”이라며 “애니메이션 제작자 업계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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