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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영숙, “치매 로맨스 '로망',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거짓말 같은 현실”

배우 이순재 와 정영숙의 아릿한 로맨스 '로망'

“갑자기 단어가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 혹시 치매야?’ 슬슬 걱정이 되는 나이가 된거다. ‘로망’ 영화를 찍고 나서 치매 보험을 들었다”

51년 동안 배우로 살아온 정영숙은 ‘로망’을 찍으면서 “치매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임을 실감했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부부’라는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했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 관객들은 치매 인구 70만을 어느덧 훌쩍 넘긴 한국 사회의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로망’은 70대 치매 노부부의 사랑과 애환을 담은 영화다. 고령화 치매 사회를 담담히 직시하고 사랑이라는 따스한 솔루션을 환기하는 작품이다. 부부 동반 치매를 다른 첫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치매라는 선고에 직면한 남봉(이순재)과 매자(정영숙)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 절망하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자식에게 폐를 끼치기 않기 위해 애쓴다. 오직 배우자로서 서로에게 집중하며, 치매부부로서의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맞는다.

배우 정영숙 /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이창근 감독은 “70줄에 들어선 노부부에게 동반치매라는 거짓말 같은 현실이 다가온다”며 “아이러니하게 몸과 마음이 아파도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부모의 아픔에 공감했으면 좋겠다. ”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배우 이순재와 정영숙이 한평생 가족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45년차 노부부로 분했다. 최근 tvN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샤넬 할머니 역할로 사랑 받았던 정영숙은 이번 영화에서 한결 같은 마음으로 가정을 돌봐온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매자 역을 맡았다. 정영숙은 “나이로 인해 배역에 한계가 있지 않나. 작품을 보고 마음이 뭉클했다”며 “휴머니즘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많이 없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영숙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요양원도 두어 군데 가봤다”면서 “함께 기도하던 의사 친구가 치매에 걸리기도 했다. 혼자 너무 외롭게 지내다가 우울증이 심해졌고 그러다가 치매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핵가족 시대가 오면서 치매라는 병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견도 전했다.

“핵가족이 되면서 어머니들은 집에 혼자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말수가 적어지면서 우울증을 앓게 되고, 그게 치매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더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가족들과 자주 대화하고 혼자 계시는 부모님에게는 조금씩 시간을 내서 전화를 드리면 좋겠다. 즐거운 마음을 갖고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70이 넘은 그이지만, 부모님께 제대로 효도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2년 전에 아버지가 (치매로)돌아가셨는데 후회된 게 많더라”고 속 마음을 털어놓은 것.

“사실 아버지랑 갭이 있었다. 이북에서 부자로 사시던 분이셔서 자녀 세대의 고생을 모르는 분이었고 사실 저와 거리가 좀 있었다. 그런데 돌아가시고 나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 아버지에게 더 잘해드릴걸 하면서 후회하게 되더라. 지금 어머니 나이가 아흔둘이신데 어머니께라도 잘하려고 하고 있다. 해마다 어머니랑 여행을 가려고 한다. 내가 어머니한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부모님이 주신 사랑의 10분의 일이나 하겠나. 자식은 진심을 보여주면 된다.”







정영숙은 한평생 미운정 고운정 나눈 남편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영화는 ‘처음도 끝도 함께 하는 부부의 로망’을 잔잔히 그리고 있다. 그는 “원래 남는건 부부 밖에 없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내리사랑으로 끝내야 되는 거더라. 그래서 결국에는 미운정 고운정 다 나눠갖는 남편밖에 없더라. 저희 영화가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부가 함께 가는 기억친구라고 하지 않나.”

숙명여대 사학과에서 공부한 정영숙은 1968년 TBC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이후 MBC가 개국하면서 MBC로 진출해 다양한 드라마를 섭렵했다. 또한 연극, 드라마, 영화를 오가는 50여년이 넘는 경력 동안, 약 100편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최근엔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사랑해요 당신’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연극 무대에도 도전했다.

50년이 넘게 배우로 살아온 그이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여전히 차고 넘쳤다. 그는 “젊은 시절 해보지 못한 연극에도 뒤늦게 도전했다. 같은 여자의 일생이지만 다 다른 캐릭터를 했던 것 같아서 내 자신은 물론 연기 인생을 뒤돌아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교사를 꿈꿨던 그는 고교시절 은사의 권유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고3 시절 교대를 가겠다는 그를, ‘너는 선생님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말렸단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때 TBC 탤런트로 발탁돼 배우가 됐다.

처음에는 자신의 성향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결혼하면 관둬야지, 애 낳으면 관둬야지”란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점점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 이젠 절대 그만두고 싶지 않은 평생의 직업이 됐다. 그는 “배우가 된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오래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열정 가득한 그의 연기 인생은 현재진행형이었다.

“대학 동창들을 만나면 다 나를 부러워한다. 지금 이 나이에도 일하고 있다고. 배우라는 일은 하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정영숙으로 태어나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정영숙의 인생 딱 하나만 살았을 텐데 배우를 하면서 다양한 삶을 연기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어떤 때는 어려운 역할을 만나기도 했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여러 생을 살아온 게 보람 있다. ‘너 이것도 못해’ 란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 힘들기도 하지만, 노력을 해서 이뤄내면 또 쾌감이 있으니까. 군인, 김정일 와이프, 또순이, 벙어리, 간질병 환자, 시각장애인, 술집마담 등 다양한 생을 경험해봤다. 나 역시 이순재 선생님의 나이 때까지 계속 배우 일을 하고 싶다.”

한편, ‘로망’은 이탈리아 북동부 우디네에서 오는 4월 26일부터 5월4일까지 개최되는 제21회 우디네 극동영화제(Udine Far East Film Festival)에 공식 초청됐다. 이후 9월에는 대만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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