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지 1년 만에 이란도 8일(현지시간) 핵 합의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제한 의무를 일부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미국과 이란 간 이해관계에 따라 각국 반응이 엇갈렸다. 이란의 우방이자 핵 합의 서명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즉각 이란을 옹호하면서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이 핵 합의를 철저히 이행했다는 사실에 사의를 표한다”라며 “미국이 이란 핵문제를 놓고 긴장을 고조하는 데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이해 당사국이 자제해 긴장이 더 고조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좀 더 미국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타스 통신은 크렘린궁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그릇된 조처, 즉 미국 정부의 결정(핵 합의 탈퇴)이 낳을 결과를 반복적으로 언급했고, 지금 그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로서 대안이 없는 한 러시아는 핵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분별없고 임의적이며 비합리적인 압력’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는 유럽과 핵 합의가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라며 “이란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다”라고 덧붙였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모스크바를 방문, 이란의 이번 결단을 러시아 정부에 미리 알리고 향후 미국의 압박에 대처하는 방법을 논의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자리프 장관을 만나기 전 “핵 합의가 미국의 무책임한 행태로 어렵게 됐다”라며 “미국 탓에 악화한 받아들일 수 없는 현 상황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서명국이 핵합의에서 약속한 그들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현재 핵 합의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이란이 이를 이행하기 어렵게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란의 최대 적성국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우리의 생명을 노리는 적들과 싸워 우리의 땅에 더 깊게 뿌리내리겠다”라고 연설했다.
이란이 ‘최후의 60일 협상’을 제안하면서 핵합의 생존의 관건이 된 유럽 측은 일단 원론적으로 대응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이날 BFM TV에 “프랑스는 핵합의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라면서도 “이란이 이를 어기면 (유럽 국가들이) 대이란 제재 부과의 절차를 개시해야 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핵 합의 서명국이기도 하지만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제 삼아 이란과 종종 마찰을 빚었다. 독일 외무부도 이날 이란 정부의 발표에 유감을 나타내고 더는 공격적 조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이란이 핵합의를 지키는 한 독일도 이를 완전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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