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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Anycoll·Nakia...'짝퉁 천국'서 '지재권 강국' 꿈꾸는 中

짝퉁 문화 의미하는 '산자이' 재해석

중국식 창조 원동력 삼아 '제조 굴기'





중국의 ‘짝퉁 문화’를 의미하는 ‘산자이(山寨)’가 중국식 혁신을 이끈 원동력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중국에서 화웨이나 알리바바 같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배출된 배경에는 모방을 통해 창조하는 산자이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이후 약 10년 만에 ‘짝퉁 천국’에서 ‘혁신국가’로 이미지 세탁에 성공한 중국은 어느덧 지적재산권 강국으로 변신해 세계 최강의 제조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사전적으로는 ‘울타리가 있는 산간마을’ 또는 ‘산적의 소굴’을 뜻하는 산자이는 1990년대 말부터 광둥성의 짝퉁 휴대폰 생산공장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영세업자들이 정부 감시와 원조 제조사의 눈을 피해 ‘산자이 휴대폰’을 만든 것이 계기다. 삼성전자 애니콜(Anycall)과 핀란드 노키아(Nokia)의 짝퉁인 ‘Anycoll’ ‘Nakia’도 이때쯤 등장했다.

산자이는 삼성전자나 노키아와의 경쟁을 피해 플랫폼 공유 생태계를 구축하며 생존해나갔다. 중국산 짝퉁폰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3~2004년 중국·동남아시아·남미 등에서 휴대폰 수요가 폭증하면서다. 노키아·모토로라의 피처폰 대비 최대 90% 저렴한 짝퉁폰은 신흥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중국 정부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기술과 문화를 대거 받아들이면서 패션·외식 등 모든 분야에서 짝퉁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산자이는 중국산 모조품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게 됐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주요2개국(G2) 지위에 올라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기 시작하면서 산자이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착안한 사업모델에다 중국 색을 입혀 커나간 중국의 IT 공룡들에는 ‘모방을 통한 창조’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아마존·이베이식 사업을 표방하며 성장한 알리바바는 이제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들 사이에서 벤치마킹 1순위로 떠올랐다. 인도 스냅딜과 나이지리아 콩가닷컴은 알리바바식 사업모델을 채택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중국 ‘짝퉁의 원천’이었던 제조도시 선전은 ‘주문만 하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혁신 허브로 변신했다. 허핑턴포스트는 “중국이 (산자이 문화를 수출하는) ‘역(reverse)산자이’ 시대를 맞았다”면서 “중국식 사업모델의 특징은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에까지 동시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짝퉁 천국’의 오명을 썼던 중국은 이제 지재권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국제특허 출원 건수에서 미국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는 중국은 지재권 보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열린 제2회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의 개막식 연설에서 “지재권 보호 강화는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키고 국가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외국인의 지재권 권익을 보호하고 지재권 침해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중국은 특허 침해 시 손실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는 특허법 개정안 초안을 심의했다. 최근에는 영국 가전 업체 다이슨의 헤어드라이기 모조품 제작·유통업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덴마크 완구 기업 레고가 중국에서 ‘짝퉁’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진행한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당국이 지재권 분쟁에서 외국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회 곳곳에 베끼기 관행이 뿌리박힌 상황에서 시 주석의 개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겉으로는 지재권 보호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무역협상에서 “기술탈취 차단을 위해 법 제도를 수정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뿌리치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라는 평가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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