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000400) 매각 시 롯데 계열사 물량 보전을 놓고 마찰을 벌이고 있다. JKL과 롯데손보 임직원은 계열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손보 개인 지분을 남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 회장 지분을 남길 수 없고 계약서에 물량 보전 약정도 작성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매각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는데 매각 성사 여부는 결국 신 회장의 손에 달린 셈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JKL은 지난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주식매매계약서(SP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자리로 끝났다.
JKL은 신 회장이 들고 있는 롯데손보 지분 1.35%와 호텔롯데의 손보 지분 23.68% 중 일부를 일정시점까지 보유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롯데지주는 거부했다. JKL은 롯데그룹 계열사와 롯데손보 간 기존 계약 물량을 앞으로도 일정 이상 보장받기 위해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는 수익의 가장 큰 비중이 계열사와 맺은 퇴직연금과 일반보험에서 나오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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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에 따르면 퇴직연금 물량 90%를 ‘사실상’ 롯데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또 일반보험 물량의 30%도 롯데계열사에서 발생한다. 롯데그룹의 직간접적 지원 없이는 롯데손보의 매출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구조다.
JKL 등의 요구에 대해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상의 문제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신 회장과 호텔롯데의 지분을 남기는 것 역시 사전에 제안하지 않은 내용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매각 과정에서 ‘롯데손보 인수자와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 이상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요구를 마냥 거부하기에는 부담도 크다. 무엇보다 JKL은 다른 경쟁자보다 매우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JKL은 구주에 수수료를 제외하고 약 3,950억원, 신주 유상증자에 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롯데손보를 팔지 않으면 내년까지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때문에 2,500억원의 신주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 롯데손보 노조의 반발도 변수다. 롯데손보 노조는 임직원 400명이 400만주의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신 회장이 지분을 남기지 않는다면 전면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롯데손보의 그룹매출이 보장되지 않으면 JKL로서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서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경우 매각이 결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임세원 ·조윤희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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