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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5·29 특별지시

1974년 기업공개 유도 극단 대책





△기업공개 적극 유도 △비공개 대기업 신규 대출 억제와 대주주 납세 현황 특별 관리 △신규 사업 진출시 보유주식 매각 △대기업 세무관리 강화와 외부감사제도 보강. 지난 1974년 5월29일 오전10시 박정희 대통령이 내각에 내린 특별지시 내용이다. ‘대통령 말씀은 곧 법’으로 통하던 시절 석간신문은 물론 이튿날 조간신문까지 이 기사가 1면 머리에 실렸다. 국무총리에서 주요 장관, 한국은행 총재에게까지 하달된 대통령 특별지시는 재벌에 기업공개를 촉구하는 일종의 엄포였다.

왜 겁을 줬을까. 기업들이 정책의 단물만 빨고 실제로는 호응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려 온갖 지원을 다했지만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정책에 미온적이라는 인식을 가진 것. 특혜 대출은 물론 자유시장경제 사상 유례없는 사채 동결과 이자율 강제 하향 조정, 사적 채무 동결이라는 8·3조치(1972년)까지 단행했는데도 기업은 눈치만 보고 차일피일 기업공개를 미뤘다. 기업공개를 소유권 박탈로 여기는 기업인도 많았다.



불신에는 정부 탓이 없지 않았다. 특히 주식 매매에 관한 한 3공 정부는 원죄가 있었다. 공화당 사전창당자금을 조달하려고 주가를 조작한 1962년 증권파동 이후 1967년까지 증시는 살아나지 못했다. 같은 기간 60여개에 이르던 거래원조차 25개로 줄어들었다. 정부가 1968년에야 관련법을 제정하며 자본시장 육성에 나선 이유는 내자 동원 극대화와 수단의 다양화. 1972년 말에는 ‘선정된 상장 대상 기업이 공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융과 세제상의 불이익을 준다’는 기업공개촉진법을 제정했으나 효력은 신통치 않았다. 1974년 2월에는 이 법에 의거해 51개 기업에 기업공개명령권까지 발동하는 초강수를 썼다.

결과는 마찬가지. 대통령의 서슬 퍼런 5·29특별지시는 약발이 있었을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던 김성곤 쌍용그룹 회장이 7월7일 첫 반응을 보였다. 3공 정권의 실력자라는 위치에서 대통령에게 밉보여 고문까지 당했던 김 회장을 내세워 쌍용양회 상장계획을 밝혔어도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재벌은 1978년 이후 강권에 의한 기업공개를 소수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기회로 써먹었다. 박 대통령은 5·29특별지시문에 이렇게 썼다. ‘기업 자산을 소수의 특정인과 그 가족의 손에 집중하려는 폐습이 남아 발전을 저해한다.’ 오늘날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45년 세월이 무색하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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