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워싱턴 정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조작된 동영상이 가짜뉴스와의 새로운 전쟁을 예고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나왔다.
WP는 28일(현지시간) “조잡하게 조작된 이 동영상이 가짜뉴스의 다음 경계에 대한 미국의 준비 부족을 또렷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행사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이 만취한 듯 혀가 꼬인 채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적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한 영상이 게재돼 논란이 일었지만 실제 촬영된 영상에선 명료한 어투로 이야기하는 등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조작 편집된 이 영상은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한 보수 사이트에서 하루 만에 조회 수 200만 회를 넘겼다. 동영상 파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설전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과 묘하게 맞물린 시점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WP는 특히 해당 동영상이 정교한 첨단기술을 동원해 조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딥페이크(deepfake·딥러닝과 페이크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을 사용해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도 아니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실제 사람이 하지 않은 일을 한 것처럼 보이도록 조작한 것도 아니란 것이다. 문제의 동영상은 단지 영상의 속도를 늦춰 화자의 말소리가 어눌해지고 마치 술에 취한 듯 보이도록 만든 것이었다.
WP의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기술이 발전하고 더 일반적인 것이 될수록 가짜뉴스의 도전을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P는 “이 동영상은 상대적으로 덜 지독한 것조차도 인터넷 구석구석에서 얼마나 빠르게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경고성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에 대해 미 중앙정보국(CIA) 관리 출신인 공화당의 윌 허드(텍사스) 하원의원은 최근 “이번 경우 최소한 비교해보고 조작됐다는 걸 알 수 있는 원본이라도 있었다”며 “몇 달 안에 우리는 딥페이크로 조작된 동영상을 더 많이 보겠지만 우리는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또 WP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가짜뉴스 전략이 반복될 것이란 데 대해 “워싱턴에 광범위한 합의가 있지만 허드 의원의 지적은 여론을 뒤흔들지도 모를 새로운 가짜뉴스 전략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WP는 이 동영상이 유통된 플랫폼마다 제각각의 규정을 갖고 대응에 나섰다는 점도 거론했다. 일례로 이 동영상이 가장 활발히 유통된 페이스북은 동영상 삭제를 거부한 반면 유튜브는 규정 위반이라며 삭제했다. 페이스북은 당시 이 동영상이 조작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페이스북에 올린 정보가 사실이어야만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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