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에서 서로 각자의 조합원을 고용하라며 부딪치는 가운데 신생 노동조합 조합원들도 고용을 촉구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차량 출입로를 막고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민주노총 등 대형 노조들이 현장에서 벌이는 ‘밥그릇 투쟁’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방배경찰서는 전날 오후 김모(52)씨 등 민주연합전국건설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4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김씨 등 4명은 지난 29일 오후3시17분께부터 약 1시간15분 동안 서초구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 건설현장에서 차량 출입로를 막고 공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시공사 측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이들 4명을 오후4시30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민주연합노조는 지난해 6월 출범했으며 800여명의 조합원들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민주연합노조는 당일 오전5시30분부터 8시까지 해당 건설현장 앞에서 집회를 했고 오후에 20여명의 조합원들이 예고 없이 현장을 찾아 입구를 막는 등 소란을 피우는 과정에서 김씨 등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명은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같은 노조 소속 조합원 A씨는 민주연합 노조원들을 고용해달라며 24일 오전부터 공사현장 간판 위에 올라가 6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내려오는 대로 집회 및 시위 관련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씨 밑에는 사고를 대비한 에어매트가 깔려 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는 각 노조의 조합원 고용 촉구를 두고 사건사고가 잦다. 소속 조합원의 고용을 요구하며 건설현장 진출입로를 막고 공사를 방해한 민주노총 경기지부 간부 2명에 대해 경찰은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평택 일대 아파트, 초등학교 신축 건설현장 등을 돌며 수차례 공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현장에서는 한국노총 조합원이 27일 새벽부터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다. 같은 날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건설현장에 강제 진입을 시도하며 조합원 1명이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전북 전주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는 29일 한국노총 소속 두 단체의 조합원 10여명 사이에서 주먹다툼이 발생해 노조원 4명이 다쳤다. 조합원들은 서로 각 단체에 “일감을 달라”고 시위를 벌여오다 몸싸움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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