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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부채의 저주, 완성돼 가는 민스키모멘트 경고음

이규삼 메리츠종금증권 강남센터 PB 1sub지점장




금융자산의 수익보다 차입비용이 높아지며 부채 상환능력이 악화돼 건전한 자산까지 내다팔아 금융 시스템 붕괴를 촉발하는 시점을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이름을 따 ‘민스키모멘트’라고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는 2020년 이후 우량기업들도 돈을 빌리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게 나온다. 빚을 갚기 위해 새롭게 빚을 내다가 한계점에 이르러 거대 청산으로 인한 자산 폭락이 나타나는 국면을 폰지(ponzi) 국면이라고 하는데 미국·중국·유럽 모두가 이 후보로 언급된다. 이에 일정 이상의 자산가격 하락이 진행된 현재, 더욱 극단적으로 갈 수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도이치뱅크는 지난 2018년 자산군 중 90% 이상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민스키모멘트 후보에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장단기 금리 차 축소 때문이었다. 최근 다시 경기침체 우려감을 반영해 장기금리가 하락하고 금리 인하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니 주목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기업부채 규모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조5,000억달러에서 2018년 20조3,000억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규모가 93%에서 155% 늘었음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회사채 디폴트도 4배 이상 늘어나면서 민스키모멘트 조건에 부합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유럽도 경기와 부채 우려가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3월5일 기준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 거래자들의 유로화 하락 베팅이 7만8,166계약이라고 한다. 2016년 이후 최고치이며 유럽에서 가장 건실했던 독일조차도 부진한 경기지표를 나타내고 있어 시장은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4·4분기 제로 성장을 기록해 역성장을 간신히 면할 정도였다. 이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이슈들도 산재해 있다.

스페인 은행인 산탄데르가 올 2월 15억유로(약 1조 9,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후순위전환사채)를 미상환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2016년 도이치뱅크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후 실제로 문제가 된 첫 사례다. 코코본드의 경우 이자지급가능이익이 없으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으나 향후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 등 자금의 원활한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 채권 발행 등이 계속 필요해 은행에서는 이자 미지급은 피하는 것이 정설이다.

각국 정부들이 긴급 처방을 내놓으면 일정의 시장 반등도 있을 수 있다. 그 반등장 또는 박스권 시장이 길게는 1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불행히도 민스키모멘트 조건이 이론적으로 너무나 충족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신용잔액은 1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폭락 뒤 코스닥 신용잔액은 20%가량 증가했다. 개인의 손실 만회를 위한 무리한 베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든다. 수년간의 기다림을 각오한 투자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모든 자산군의 레버리지는 저주가 될 확률이 높아 객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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