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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3% 올려도 자영업자엔 사약…주휴수당도 폐지를"

[최저임금위 첫 공청회]

자영업자, 인건비 부담 성토…최저임금 차등화 주장

노동자측은 "현재 임금으로도 생계 빠듯"…입장 팽팽

이동훈(왼쪽 네번째) 금융노조 금융안전지부장이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성형주기자




“현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2~3%만 올려도 700만 영세자영업자에게는 사약과도 같은 (존폐의) 위기입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함께 올라가는 주휴수당은 더 큰 문제이기에 폐지해야 합니다.” (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

5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에서 마주한 대형마트 노동자, 아르바이트생, 자영업자, 편의점주 등 노사 이해관계자들은 한 시간 반여 동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성토를 쏟아냈다. 사용자 대표와 노동자 대표가 각 3명씩 참석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참가자들의 고성만 없었을 뿐 팽팽한 긴장감까지 감추기는 어려웠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공청회를 연 것은 지난 1988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사용자 대표로 참석한 자영업자들은 2년간 30% 가까이 급등한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으로는 조금만 더 올라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이구동성으로 하소연했다. 신상우 공동대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한자릿수이던 시절에는 여력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며 “우리도 법을 지키고 싶지만 이를 지키려면 범죄자가 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20년째 외식업을 하는 개인사업자 김형순씨도 “사회 트렌드가 바뀌면서 외식업이 어려워진 가운데 최저임금이 올라 더 고통스럽다”며 “앞으로 더 장사가 안 될 것 같아 접어야 하나 매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주휴수당에 대한 지적도 쏟아냈다. 신 공동대표는 “복지 성격의 수당인 주휴수당까지 사업주가 감당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는 주당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휴수당은 이에 따라 유급휴일에 하루 치 임금을 주는 수당으로 주당 근로시간 15시간 이상이면 지급 대상이다. 편의점을 비롯한 영세상인들에게는 주휴수당이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청회에 나온 조옥희 서울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과장도 “특히 편의점에서 주당 근로시간 15시간 미만의 피크타임 고용 형태 등 쪼개기 알바가 횡행하게 됐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의 주장은 자연히 최저임금을 업종별·규모별·지역별 사정에 맞춰 차등해 정해야 한다는 요구로 옮겨붙었다. 이근재 종로구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과 취약업종에 한한 한시적 동결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도 “사업주의 임금 지불능력을 고려해 5인 미만, 10인 미만 등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이 반박에 나섰다. 그는 “업종별로 차등화하면 소상공인들이 구인난을 겪고, 지역별로 차등을 두면 사람들이 저임금 지역의 일자리를 기피할 것”이라며 “기업의 임금 지급능력은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노동자 대표들도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유니온 조합원인 박종은씨는 “같이 일한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임금이 얼마가 적절하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1만원이라고 말한다”며 “자취하는 또래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조금이나마 돈을 모아 짧은 여행이라도 가능할 것 같다고 꿈꾸듯 얘기한다”고 전했다. 박상순 이마트 노조 부위원장은 “세금 떼고 받는 최저임금이 월 150만~160만원 수준”이라며 “노조가 없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비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박태용씨도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의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노동자 대표에게서 나오기도 했다. 이동훈 한국노총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 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탓에 20~30년 된 호봉제 직원의 기본급과 시간외수당이 갓 입사한 계약직 직원보다 낮아졌다”며 “정부 목표대로 시급 1만원이 되면 30년 차 호봉직원도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0일 광주, 14일 대구에서 공청회를 개최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계획이다. 노동계에서는 남은 공청회에 기획재정부 관계자와 중견기업 이상 규모의 기업 대표 등 실질적으로 지불능력이 있는 이들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의 법정 결정시한은 27일이지만 상당한 진통이 예상돼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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