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이 거주하는 뉴욕 맨해튼의 관저 매각까지 거론하며 유엔의 심각한 자금난을 우려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날 외교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왔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관저를 팔 수 있는지 묻는 것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라며 유엔이 겪고 있는 심각한 재정난을 토로했다. 유엔본부와 가까운 뉴욕 맨해튼 서쪽 서턴플레이스에 위치한 관저는 당초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가 기증받은 것을 다시 1972년 유엔에 기부한 것으로 쿠르트 발트하임 제4대 유엔 사무총장 때부터 관저로 사용돼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수백만달러를 호가하는 관저를 매각할 방안까지 검토하며 자금 확보에 골몰했지만 건물 매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엔은 평화유지군(PKO) 유지 및 일반회계 등에 약 20억달러(2조3,000억원)의 예산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심각한 ‘돈 부족’ 이유는’
美, PKO 예산 ‘짠물 편성’에
회원국 분담금 체납 이어져
엄격한 자금관리규정도 한몫
관저 매각까지 검토할 정도로 유엔이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결정적 이유는 회원국들의 분담금 체납과 엄격한 자금관리 제한 규정이다. 최대 장본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다. 미국은 PKO 예산의 28.5%를 내야 하지만 이 규정을 25.0%로 묶어둔 상태다. 또 미국은 54억달러 규모의 유엔 일반예산의 22%를 책임지는데 올 1월1일 기준으로 3억8,100만달러를 체납하고 있다. 문제는 영향력 있는 회원국인 미국이 예산 상한을 낮춰 설정하거나 체납하면 다른 회원국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관저 매각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엔 사무총장 관저의 처분 권한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 정부의 동의 없이 유엔이 임의로 매각 절차를 진행할 수는 없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현재의 현금 잔액으로는 평화유지군 작전을 채 2개월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