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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작년 총 7,979마리 유기…인구 15배 서울과 엇비슷

[제주 괴롭히는 '新三多'…유기동물]

늘어나는 유기동물에 '육지유기범' 거론되지만

풀어 놓고 키우는 제주 '방견문화'도 무시 못해

본래 주인 품으로 돌아가는 비율 전국 최하위권

중성화·동물등록제 시행에도 효과는 지지부진

구조팀에 의해 포획된 유기견들이 제주동물보호센터로 인계되고 있다./사진제공=제주동물보호센터




전 국민이 찾는 ‘힐링의 섬’ 제주는 동물들에게는 ‘킬링의 섬’이다. 인구 수에 비해 버려지는 동물 수가 많은데다 한 번 버려진 동물 가운데 본래 주인이나 새 주인을 찾는 비율도 최하위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모습과 달리 제주도는 동물들에게 그 어떤 지역보다 가혹한 곳이다.



제주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포획된 유기동물은 총 7,979마리다. 이는 제주 인구를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제주보다 인구가 약 15배 많은 서울에서 포획된 유기동물은 총 8,820마리다. 이마저도 실제 발생한 유기동물의 일부에 불과하다. 유기된 동물 가운데 신고돼 포획된 경우만 포함하기 때문이다. 구조팀이 포획에 나서려면 먼저 시민 신고가 들어와야 한다. 신고 후 포획된 동물은 이후 제주동물보호센터로 인계된다. 이렇게 옮겨진 동물들은 10일간 주인을 기다리다 소유권이 제주도로 넘겨진다. 이후 입양 등을 통해 새 주인을 찾는 동물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동물들은 센터에서 지내다 새로 온 동물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안락사된다.

한 구조팀원이 포획한 유기견에 목줄을 채우고 있다./사진제공=제주동물보호센터


◇지역 특유의 ‘방견 문화’가 유기동물 증가로 이어져=제주에서 유기동물이 크게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방견(放犬) 문화를 꼽는다.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는 여전히 개를 집 지키는 역할 정도로 생각하는 옛 문화가 남아 있다”며 “여기에 근래 상대적으로 반려문화 인식이 높은 젊은 세대나 관광객들의 신고가 늘어나면서 포획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포획되는 개 중 이른바 ‘믹스견(잡종견)’ 비중이 높은 것도 이러한 방견문화를 방증한다. 믹스견은 여러 견종이 섞인 개로 반려견 입양 시 선호되는 종은 아니다. 조광욱 제주동물보호센터 주무관은 “센터로 인계되는 유기견 중 80% 이상이 믹스견”이라며 “이를 통해 견종에 상관하지 않으며 동물들을 주로 풀어놓고 키우는 농어촌에서 유기가 많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한번 유기된 동물이 다시 주인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드물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 제주에서 포획된 유기동물 가운데 다시 주인 곁으로 돌아간 유기동물은 5.8%에 그쳤다. 전국 유기동물의 반환율 14.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농어촌 어르신들 가운데는 기르는 개들이 볼 때마다 바뀌는 경우도 있다”며 “개를 잃어버려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어디 갔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새 주인을 맞는 유기동물 비율도 현저히 낮다. 2017년 제주 유기동물들의 분양률은 15.4%로 전국 평균인 30.2%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제주동물보호센터가 보호 중인 유기견./사진제공=제주동물보호센터


◇논란에도 중성화수술로 번식 억제 필요 주장 힘 얻어=동물 유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유기 자체를 막는 것과 유기된 동물들이 원래 주인이든 새 주인을 찾게 하는 방법이다. 유기 자체를 막기 위해서는 동물등록제와 중성화수술이 대책으로 거론된다. 동물등록제가 보편화하면 잃어버린 동물들을 주인에게 돌려보내기도 쉬울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유기가 억제된다.

하지만 제주의 경우 동물등록을 시행하는 병원 대부분이 동 단위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파악된 유기견 3,013마리 가운데 60%인 1,809마리가 읍·면 지역에서 포획됐지만 도내 등록제 시행 병원 48개소 중 읍·면에 위치한 병원은 9곳에 불과하다. 이에 제주도청 동물방역과는 ‘찾아가는 동물등록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시작했지만 이 역시도 읍·면 지역 어르신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성화수술에는 도덕적 논쟁이 뒤따르지만 제주도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난영 제제프렌즈 대표는 “다른 이유를 들어 중성화를 반대하기도 하지만 제주 상황을 고려할 때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주인을 잃고 유기되는 것도 문제지만 유기동물들끼리 번식하는 것 역시 유기동물 발생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성화수술은 날 때부터 유기동물이 되는 것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유기동물 간 번식을 막기 위해서는 당국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동물들을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하는 ‘TNR(Trap-Neuter-Return)’ 사업이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제주도는 올 1월에야 뒤늦게 사업을 시행했지만 사업 대상자는 285명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동물방역과 관계자는 “예산이 증액되면 대상자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동물 유기는 제주도가 안고 있는 무거운 현실이지만 한편에서는 반려문화라는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겪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 사회가 오랜 방견 문화에서 벗어나 반려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는 것이다. 실제 2017년 발생한 유기 동물 포획 건수는 직전년도에 비해 93%나 대폭 증가했는데 2016년부터 시장에서 개를 판매할 수 없도록 조치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겉으로 보기에는 동물유기 건수가 늘어나는 것만 보이지만 반려문화에 눈을 뜨고 동물복지에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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