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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 파괴로 檢 물갈이…코드수사 강행 '양날의 칼' 될수도

[검찰총장 후보에 윤석열]

관례따라 80여명 줄사퇴 불가피

靑, 대대적 인적·조직쇄신으로

집권 후반기 사정국면 장악 포석

적폐수사 강도 높이면 중립 훼손

현정권에도 동일잣대땐 부메랑

윤석열(가운데) 검찰총장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앙지검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파격 카드로 평가받는 윤석열(59)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지속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 자리에 올라도 계속해서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조직쇄신을 통해 검찰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집권 후반기 사정 국면을 강력하게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청와대가 과감한 기수 파괴 인사를 선택함으로써 검찰 관례에 따라 윤 후보자의 선배와 동기 등 현직 검사장급 29명과 고검 검사 60여명 등 총 80명 이상의 줄사퇴가 불가피해 검찰 내부는 물론 정치권 전반에 상당한 파장과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고검장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첫 직행=윤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지난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가 된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수사에서 특별수사팀장을 맡았지만 윗선과의 갈등으로 좌천성 인사조치됐다. 이후 최순실 등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으로 활약하며 현 여권의 주목을 받았다. 현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된 후 다시 1년여 만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는 고속승진이다. 검찰조직의 기수와 서열 중심의 관행을 완전히 무시한 조치인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검찰개혁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득권의 엘리트 검찰 간부에 대한 물갈이를 통해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세대교체를 통해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동력으로 삼겠다는 속내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검찰의 반발을 겪어봤던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경우 속도가 더디거나 집권 후반기로 가면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학습효과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물론 공수처 신설안 추진이 일단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가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에 침묵해왔지만 이번 지명을 앞두고 청와대의 요구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큰형님’ 스타일인 윤 후보자가 검찰 내 신망이 높아 내부반발을 달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자는 이날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후 기자들과 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검찰개혁 등) 주어진 과제에 대해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기수 파괴 통한 조직쇄신 가속화=문무일 현 검찰총장에서 무려 다섯 기수를 건너뛴 파격 인사로 검찰은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윤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관례에 따라 윤 지검장 위 기수(19~22기) 중 약 20명의 검사장 대부분이 퇴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고검에 포진한 19~22기 60여명의 선배와 동기도 대부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검찰 고위직 80여명이 물갈이되면 빈자리가 대거 생겨 주요 승진·보직의 경우 도미노 파격 인사도 예상된다. 특히 이번 검사장 승진 차례인 26기는 물론 27기 일부까지도 검사장을 꿰찰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지휘부에서 인적쇄신이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구태의연한 수사 관행 등에도 변화가 나올 수 있다. 물론 윤 후보자가 사법시험 합격이 늦어 대부분의 선배 기수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일부 간부들은 남아 조직 안정을 도울 가능성도 크다. 한 차장검사는 “윤 후보자가 선배 기수와 동기들을 고검장 등으로 남겨 조언을 구하고 관리하도록 해 기존 검찰의 관례를 깰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先)적폐청산 주력…코드 수사 강행땐 ‘양날의 칼’ 될 수도=검찰이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을 ‘적폐청산의 본부’로 삼아 대규모 수사팀을 상시 가동해온 만큼 ‘윤석열 검찰총장호’에서는 그 기능과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해온 윤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적폐수사와 주요 기업 수사는 고강도 진행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최우선적으로 선(先)적폐청산 기조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정보경찰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전직 경찰청장들의 재판은 유죄 입증에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 사건을 비롯한 대기업 관련 수사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적폐수사와 기업 비리수사 등에 대한 강도가 높아지면 윤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윤 후보자가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발생할지 모를 현 정권과 관련된 수사에서도 ‘적폐수사’처럼 엄정 기조를 유지한다면 정권에 오히려 부메랑이 될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후보자는 사실상 적폐수사 성과로 검찰 수장 후보가 된 셈”이라며 “앞으로 현 정부의 코드에 맞는 수사의 강도를 높인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의심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현호·조권형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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