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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그때, 그 고시원'이 잊혀진다

■안혜린 코티에이블 대표 인터뷰

4채로 시작해 30호점 '에이블하우스'

임대관리에 청년 복지 '사회적 가치'

"어리다" 기성세대 청년창업 선입견

"내년엔 단독건물, 해외시장도 도전"

안혜민 코티에이블 대표




곰팡이가 핀 벽지. 침대는 삐그덕 거리고 창문으로 자동차 경적음과 취객들의 고함이 넘어온다. 월세내고 얻은 집이지만, 이 곳은 ‘내 집’이 아니다. 식당에 있는 냉장고 안에는 각자 이름이 붙은 반찬통이 있다. 공용밥통은 새벽 근로자들 ‘타임’이 지나가 비어있기 일쑤다. 함께 살지만 서로 말을 건네지 않는 ‘혼자’의 공간.

기자에겐 대학생 시절 지낸 고시원이 이런 기억으로 남아있다. 합격만을 바라보고 비좁은 공간을 감내하면서 청춘을 보내는 청년은 지금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경제가 만난 안혜린(35.사진) 코티에이블 대표가 운영하는 ‘에이블하우스’는 이런 고시원에 대한 기억을 잊게 했다.

“입주 대학생들이 거실에 있는 큰 테이블에서 새벽 3시까지 공부를 하더라고요. 어떤 곳은 함께 음식을 준비해 먹으면서 자매처럼 친해져 참 신기했어요. 군대를 다녀와 다시 입주한 대학생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된 거죠. 현재 입주자의 50%가 외국인이에요. 서로 다른 생각과 언어,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유대감을 갖고 살아가는 곳이 바로 에이블하우스입니다.”

2016년 설립된 현재 코티에이블은 누적 기준 30채에서 입주자 400여명에게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회사다. 임대인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도록 돕는 한편 입주자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입주자의 만족도가 높다. 이미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에이블하우스의 관리시스템 덕분이다. 에이블하우스에 입주하려면 ‘입주자 오티(오리엔테이션)’를 참여해야 한다. 생활규칙과 계약 내용을 익히고 같은 입주자 간의 친목을 위해서다. 2주에 1번 클리닝 매니저가 방문해 청소를 돕고 각 하우스별 입주자 대표인 하우스 매니저를 둔다. 호점이나 캠퍼스, 전체 인원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도 구성한다. 안 대표는 “5기(입주기수)는 40개 베드(침대)가 배정될 예정인데 문의 전화와 온라인 문의는 700여건”이라고 귀띔했다.

에이블하우스 내부. / 사진제공=코티에이블


◇법대생에서 청년 창업가로=“지방에서 살다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 집을 찾아야 했죠. 하숙도 하고 기숙사와 고시원 생활도 했어요. 30대 초반까지 100여명의 학생에게 과외를 하며 정말 많은 집을 다녀봤는데 그러면서 집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갖게 됐죠. 같은 가격에 넓은 공간과 다양한 메이트를 만나는 셰어하우스가 가장 좋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2010년 3,600만원으로 4채를 운영해봤죠.”

에이블하우스는 안 대표가 여러 집을 보면서 든 생각과 경험이 구현된 곳이다. 안 대포는 여느 스타트업처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청년 창업 단계에서 몇 발 더 나가 구체적인 사업화에 성공했다. 우선 전문 임대 관리 사업이란 수익 모델을 찾았다. 위탁 운영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오면, 리모델링 비용부터 운영, 계약까지 일체를 관리한다.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교통이 편하고 살기 좋은 집을 원하는 대학생의 수요를 바탕으로 한 사업 모델에 ‘청년 복지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녹였다. 때문에 코티에이블의 ‘파트너’는 서울대, 한양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과 신한은행, 한국사회혁신금융, 한국사회주택협회,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어니스트 펀드 등 각계 각층에 퍼져있다.

“법률을 공부하고 민간공익단체(NGO) 활동까지 하면서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졌죠. 2014년부터 창업동아리를 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배웠구요. 청년 주거는 주거 복지와 연결된 이슈죠. 확실한 사업 비전과 소명감을 함께 갖고 일해요.”



에이블하우스 내부./사진제공=코티에이블


◇“데스밸리는 새로운 목표로 극복”=창업 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상당수 스타트업은 데스밸리(신생기업 자금난)를 걱정하고, 여성 창업가가 남성과 비교할 때 공정한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느냐는 데 해석이 분분하다. 안 대표는 창업 생태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고 여성 보다 청년에 대한 일종의 ‘차별’을 지적했다.

“대학교와 서울시, 우리나라 전체 창업 생태계는 점차 좋아지고 있어요. 과거에 비해 스타트업이나 디자인, 인재양성 등 전문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졌죠. 데스밸리가 오는 이유는 창업 후 세운 목표치가 끝나는 시점이 온 거죠. 저는 셰어하우스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종합부동산관리 등 다양한 목표를 두고 늘 다음 단계로 가려고 해요. 항상 다음 목표를 생각해요. 여성이라기 보다 저를 너무 어리게 보는 게 힘든 점이라면 힘든 거죠. (기성 세대들의) 청년창업에 대한 의구심같은 거죠.”

코티에이블은 창업생태계에서 말 그대로 상복이 많은 곳이다. 2017년 SK상생혁신센터 창원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됐고 삼성 ‘블루핵’ 해커톤에서 베스트 아이디어상을 받았다. 올해 3월에는 디캠프의 경진대회 ‘디데이’에서 우승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정부·민간 사업에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비결을 묻자, 안 대표는 원칙을 강조했다.

“너무 뻔한 말일 수도 있는데요. 정부 지원 과제는 ‘간절함’으로 하는 거에요. 준비하느라 밤을 새는 날이 많았죠. 기술적인 팁을 말한다면, 회사 소개서와 계획서를 매번 현 상황에 맞게 바꾸고 명확한 목표로 지원하면 돼요. 그리고 진정성이죠. 비슷한 형태의 사업은 참 많죠. 자신의 사업을 위해 얼마나, 어떻게 연구했는지 그리고 왜 하려고 하는지를 진정성있게 설명해야죠.”

임 대표의 창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임대관리에서 단독건물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식으로 사세를 키우는 게 목표다. 이후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금융 파트너와 협력해 부동산 자산운용 사업과 해외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에 5~7층 규모 단독건물인 에이블하우스 시그니처 빌딩을 만들려고 해요. 1층에는 카페와 식당, 2층에는 남자층, 3층에는 여자층 식으로 구성해 한 건물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형태가 될 거에요. 건설사, 호텔 등 여러 곳과 협업을 구상하고 있어요. 그리고 해외 시장에 도전해야죠.”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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