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제난 심판한 民心…'에르도안 불패' 무너졌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도 野 승리

GDP 하락·10년來 최악 실업률

표차 0.2→9%로 늘어나며 패배

집권 AKP '25년 독식'에 종지부

보수 텃밭 내줘…여권 분열 전망

정권 2인자 이을드름 前총리 격파

신인 이마모을루, 대권주자 부상

野 승리에 리라화 가치 1%이상↑





“(이스탄불 광역시장) 재선거라는 도박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역풍이 됐다.” (베르크 에센 터키 빌켄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지난 3월 말의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터키 최고선거위원회가 무효 결정을 내리면서 치러진 이스탄불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이 더 큰 표 차이로 승리를 거둠에 따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 리더십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 25년 동안 여당 ‘정의개발당(AKP)’이 독식해온 이스탄불시장 자리를 야권에 빼앗긴 것은 단순히 지방자치단체 한 곳에서 야당에 자리를 내준 것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 정치적 ‘사건’으로 전문가들은 이날 선거 결과를 에르도안의 패배이자 AKP 쇠퇴의 시작으로 해석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진행된 이스탄불 광역시장 재선거에서 정치신인이나 다름없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공화인민당(CHP)’ 후보는 약 54%를 득표해 에르도안 정권 ‘2인자’로 통하던 비날리 이을드름 ‘정의개발당(AKP)’ 후보를 9%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이스탄불시장 자리에 올랐다. 3월 말 지방선거 당시 득표율 차이는 0.2%포인트에 그쳤지만 재선거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날 재선거는 3월 말 선거 결과가 무효가 되면서 시행됐다. 당시 이마모을루 후보가 1만3,000여표의 근소한 차로 승리하자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AKP 측은 투표소 감시원의 자격요건 위반 사례가 많았다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터키 최고선거위원회는 야당의 반발에도 이마모을루의 당선 무효를 선언하고 재선거를 결정했다. 이마모을루는 재선거를 거부하는 대신 ‘터키 민주주의를 다시금 수호하자’는 온화한 메시지로 오히려 지지기반을 더 키우는 데 성공했다.





이마모을루 후보 당선에는 터키 경제가 처한 상황도 한몫을 했다. 터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 1·4분기까지 2분기 연속 역성장하며 공식적으로 ‘경기후퇴(recession)’ 국면에 들어선 상태다.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물가상승률은 계속 20%를 웃돌았고 실업률도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터키 경제의 30%가량이 집중된 최대 경제도시인 이스탄불 시민들은 이 같은 경제난이 계속되자 ‘경제에 강한 정당’이라는 구호를 남발하는 AKP에 일격을 가한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대해 “시장 자리 하나를 내준 것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그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겨준 이번 이스탄불 재선거의 파장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스탄불은 그가 1994년 시장에 당선돼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정치적 고향이자 이슬람 보수주의 지지 세력의 근거지이다.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 스스로도 “이스탄불에서 지면 터키에서 지고 이스탄불에서 이기면 터키에서 이긴다”고 말했을 정도다.

23일(현지시간) 에크렘 이마모을루 터키 이스탄불 시장 당선자가 자신의 유세 차량 위에서 거리에 가득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한 손을 가슴 위에 올리고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있다. /이스탄불=EPA연합뉴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이을드름 후보보다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로 인식돼온 만큼 패배의 충격은 오롯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AKP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로 ‘에르도안 불패’ 신화가 깨진 것은 물론 이를 계기로 범여권의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KP 사정에 능통한 언론인 무라트 옛킨은 로이터통신에 “잇따른 민심 이탈이 이어진다면 AKP의 유력인사들이 집단 탈당해 보수 신당 프로젝트를 추진할지 모른다”며 “개각과 외교정책 변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오는 2023년 이전에 조기 선거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이마모을루는 단숨에 야권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1994년 당시 정치신인이었던 에르도안도 이스탄불시장에 당선되며 ‘스타’로 발돋움했듯이 이마모을루 역시 진영논리·이념에 집착하지 않는 실용주의 노선 등을 발판으로 2023년 다음 터키 대선까지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시각이다. 새 시대에 대한 갈망에 시장도 반응했다. 터키 리라화는 이스탄불시장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승리했다는 소식에 달러 대비 가치가 1% 이상 올랐다. 리라화 가치는 그동안 미국의 제재 우려로 약세를 보였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