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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드]"민주화 차단"...사우디·UAE, 수단 군부에 힘 실어줘

■중동 지정학에 흔들리는 수단

쿠데타로 인한 수단 정권 공백

'아랍의 봄 학습효과' 사우디·UAE

군부에 자금지원·영향력 유지

군부, 문민정부 구성 계속 말바꿔

민주화 요구 시위대 유혈 진압

한달새 시위대 추산 128명 숨져

6월30일(현지시간) 수단의 수도 하르툼을 가득 메운 수만명의 시위대가 반(反)군부 구호를 외치며 수단 국기를 흔들고 있다. /하르툼=AP연합뉴스




지난 4월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의 30년 독재정권이 무너진 후 금방이라도 문민정부가 들어설 것 같았던 수단이 알바시르를 끌어내린 군부와 민주화 세력 간 유혈충돌로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다. 수개월째 악화하는 위기의 배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어 수단의 민주화는 험로를 이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6월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수단의 수도 하르툼을 비롯한 전역에서 수만명의 시민들이 군부통치에 반대하고 문민정부 구성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지난달 3일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수십명의 시위대가 사망한 이래 최대 규모로 최소 7명이 숨지고 181명이 다쳤다. 사상자 가운데 27명은 실탄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한달 새 시위대 추산 128명, 수단 보건부 추산 61명이 숨진 참사 속에서 정부 구성을 둘러싼 군부와 야권의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수단직업협회(SPA)’는 4월 쿠데타로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한 군부가 민정 이양을 차일피일 늦추자 6월 마지막 날 대대적인 반군부시위를 예고해왔다.

군부와 야권의 협상이 자꾸 지연되는 것은 과도통치기구의 구성 문제 때문이다. 쿠데타 성공 직후 군부는 2년 내 ‘민간정부 권력 이양’을 야권연대에 약속했지만 손바닥 뒤집듯 과도통치기구의 인적 구성, 총선거 실시 시점 등을 놓고 입장을 번복하며 대대적 시위에 불을 지폈다. 수단 유혈사태를 저지하기 위해 군부와 시위대 간 중재에 나선 에티오피아 총리와 아프리카연합(AU)은 앞서 군부와 SPA에 양측 인사들로 구성된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안을 내놓았으나 세부안이 결여된 외부 중재안이 이미 극에 달한 혼란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수단의 갈등을 초래한 더 중요한 요인은 자국의 이해를 위해 수단 군부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사우디와 UAE 등 중동 강대국들의 입김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검은 대륙의 북동부에 위치한 수단은 석유와 물이 풍부하고 지정학적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이번 쿠데타로 인한 정권 공백은 이란과 중동지역 맹주 자리를 다투는 사우디 입장에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알바시르 전 대통령은 사우디와 적대적인 카타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4월 쿠데타 이후 사우디가 군부를 지지하며 수단을 자국 세력권에 두려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5월 말 수단 군부는 카타르방송사인 알자지라 하르툼 지국을 폐쇄하기도 했다.

29일(현지시간) 수단 과도군사위원회 위원장인 압델 파타 부르한(왼쪽) 장군이 수도 카르툼 서부지역을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지휘봉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카르툼=AP연합뉴스


특히 왕정국가인 사우디와 UAE의 입김은 수단 군부의 시위진압 강경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들 국가가 수단 내 민주화 바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단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군부세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사우디와 UAE는 앞서 2014년 이집트에서도 민주적으로 수립된 무함마드 무르시 정부를 축출한 이집트 군부에 100억달러의 원조를 약속한 바 있다. 4월 ‘수단 파운드화 압박 완화 및 환율 안정’을 명분으로 수단 군부에 30억달러 지원을 약속한 것이 5년 전 이집트에서의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들 국가가 지역 내 민주화혁명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 달러를 퍼붓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나아가 사우디는 예멘에서 반군 후티를 지원하는 이란에 맞서기 위해 자국 정규군이 아닌 수단 육군을 동원해 예멘 내정에 간섭하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1964년과 1985년 수단의 국민적 저항운동이 군부 쿠데타로 무산된 역사를 반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정부의 빵값 인상에 맞서 촉발된 이번 민주화시위 역시 일단 독재자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몰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과거 두 번의 실패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듭되는 수단 유혈사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지난달 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비공개 논의를 진행하고 이어 25일에는 미 국무부도 폭력 진압이 계속될 경우 비자 발급 제한 등 제재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미국이 중동 우방국인 사우디를 반대하는 입장에 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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