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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러들에게 '미니멀 라이프' 선사할 '셀프스토리지'가 뜬다

공간의 재발견...부족한 보관 공간 대체할 셀프스토리지

미국·영국 등에서는 보편화된 서비스...한국 시장서는 도입 초기 단계

1인 가구·미니멀 라이프 영향 탓 성장세 지속될 듯

/사진=박원희인턴기자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두고 살아가는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는 2019년을 관통하는 생활 트렌드입니다. 하지만 보통 원룸 같은 좁은 공간에서 거주하는 1인 가구에는 어려운 일입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버려도 여전히 짐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죠. ‘누군가 저 짐 좀 맡아줬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하지만 이런 고민을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서비스가 출현해 1인 가구의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간편하고 비교적 싼 가격에 내 짐을 맡길 수 있는 셀프스토리지 서비스입니다.

■미국·유럽서는 대세로 자리 잡은 셀프스토리지, 이젠 아시아 시장 노린다



셀프스토리지는 옷, 취미 용품, 계절 용품 등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일정한 공간에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서비스이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죠. 셀프스토리지 전문 중개회사인 ‘Spare Foot’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난해 셀프스토리지 연간 산업 매출액이 380억 달러(한화 약 43조9,356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돼 엄청난 시장 규모를 보여줬습니다. 점포만 해도 4만5,000~5만2,000개에 달할 정도로 성장해 기존 주류 상업용 부동산의 대안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죠. 유럽에서 셀프스토리지는 미국보다 작은 규모이지만 영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연간 상업 수익이 7억5,0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1,060억원)에 이르고 1,50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하고 있죠.

셀프스토리지는 불모지와 같던 아시아 시장에서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주요 도시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주거 공간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셀프스토리지의 효용성이 크게 주목받았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홍콩에서는 이미 2010년부터 소개돼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1조원 규모로 시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생소한 셀프스토리지, 국내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셀프스토리지라고 불리는 서비스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미국처럼 공간을 빌려주고 그곳에 고객이 스스로 집을 보관하고 찾는 창고형 짐 보관 서비스이고 다른 하나는 짐을 맡기는 것부터 찾는 것까지 배송 작업으로 이뤄지는 ‘온디맨드’ 시스템입니다. 셀프스토리지라는 전통적인 개념에 더 가까운 것은 전자입니다. 공간을 임대해 스스로 짐을 넣고 뺄 수 있는 특성 때문이죠. ‘온디맨드’ 방식은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만 특수하게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엄밀히 말해 짐 보관 서비스에 더 가깝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물품을 상자에 넣어 보관을 요청하면 직원들이 이를 온도, 습도, 보안 등의 시스템이 완비된 공간에 보관하는 방식이죠. 이렇듯 운영 방식 자체가 다른 서비스이지만 셀프스토리지 자체가 워낙 생소한 분야이고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 짐을 보관한다는 비슷한 성격 때문에 셀프스토리지로 함께 묶여 불리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 들어온 셀프스토리지는 원산지인 미국과 운영 방식과 제공 서비스 등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의 셀프스토리지는 건물의 일정 공간이나 창고 등을 빌려주는 부동산 사업 성격이 강합니다. 부동산을 개발하고 건물에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후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줘 이익을 얻는 부동산 투자 방식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죠. 하지만 한국의 서비스들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고객의 불편을 해결해주고 그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업 성격이 더 짙습니다. 셀프스토리지 업체 ‘다락’을 운영하고 있는 홍우태 세컨드신드롬 대표는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한 미국의 셀프스토리지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요. 소비자들 가까이에서 더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죠. 한국인들은 단순히 공간에 대한 필요보다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더 크기 때문이에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온디맨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업체 한 관계자도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어요. 의류의 경우 보관부터 세탁까지 한꺼번에 진행되는 제휴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더 친숙하고, 더 편리하게’…한국식으로 재탄생한 셀프스토리지

셀프스토리지는 아직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서비스입니다. 고객들은 개인 짐을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것 자체부터 불안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업체들은 보관 과정을 고객에게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합니다. 창고형 짐 보관 서비스의 경우 지문 인식과 터치식 개별 잠금장치 등 각각의 물품마다 엄격한 보안 장치를 설치해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죠. 보관소 내부 모습도 삭막한 창고 느낌을 풍기는 미국 업체들과는 달리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해 개인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게 했습니다. 셀프스토리지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며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한 셈이죠. 365일 24시간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점도 한국 업체들만의 특이점으로 꼽힙니다.

온디맨드 방식을 쓰고 있는 업체들은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더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고객의 짐이 보관되는 전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게시합니다. 고객은 어떤 짐이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 스마트폰만 켜면 확인할 수 있죠. 또한 업체들은 자신이 원하는 때에 짐을 찾을 수 없다는 ‘온디맨드’ 방식의 단점을 해결하고자 하루 전에만 예약하면 바로 짐을 원하는 곳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점점 커지는 셀프스토리지 시장, 누가, 왜 이용하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셀프스토리지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세대는 30~40대 여성입니다. 주거 공간에 대한 변화를 생각하는 정도가 다른 계층에 비해 높기 때문이죠. 한 업체의 통계에 따르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중 80%가 여성으로 나타났습니다.

1년째 셀프스토리지를 이용하고 있는 김은미(35)씨는 “지인을 통해 서비스를 알게 됐는데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죠. 제 짐을 맡긴다는 게 너무 생소했어요. 그런데 직접 와서 눈으로 보고 오히려 집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내 짐이 보관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 꾸준히 이용하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온디맨드’ 짐 보관 서비스를 이용 중인 최나은(33)씨는 “짐 보관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이 적은 돈을 들여서 깔끔한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한 번 써보면 잡지에서나 나올 법한 깔끔한 공간을 소유하고 살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고객들이 셀프스토리지를 통해 맡기는 물건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작은 손가방부터 의류, 도서,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종류의 물건이 보관소에 맡겨집니다. 고객들이 맡기는 물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계절에 따라 보관을 달리해야 하는 의류와 무거운 중량 때문에 보관이 어려운 도서류입니다.

추억이 담긴 기념품과 취미 생활로 만든 완구류를 보관하는 이들의 수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어떤 고객의 경우 커다란 공간에 손가방 하나만 맡기는 고객들도 있어요. 완구 조립이 취미인 고객은 방 전체를 완성된 완구들도 채우는 경우도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무궁무진한 셀프스토리지의 성장 가능성, 전망은?

한국 시장에서 셀프스토리지의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셀프스토리지 서비스가 소개되고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로 1인 가구의 증가가 첫손에 꼽힙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현황’을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1인 가구는 578만8,000가구로 전년도에 비해 17만4,000가구(3.1%)나 늘었습니다. 2000년 222만 가구에 비하면 무려 350만 가구가 넘게 증가한 것이죠. 1인 가구 대부분이 원룸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만큼 당장 사용하지 않는 짐을 보관해주는 셀프스토리지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미니멀 라이프의 확산도 셀프스토리지 성장을 이끈 또 하나의 요인입니다. 2010년대 들어 영미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미니멀 라이프는 최근 국내에 소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에서는 ‘#minimalism’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200만개를 기록할 정도였죠.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은 ‘물건을 비우는 행동’입니다. 셀프스토리지는 이 행동을 직접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미니멀 라이프의 확산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죠.

2016년 첫 매장을 열고 사업을 시작해 현재 7개 지점을 가진 업체로 성장한 다락의 모습만 봐도 셀프스토리지 시장이 가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다락의 경우 지난 2017년 3,796건에 불과했던 이용 문의 건수가 지난해 8,395건으로 늘었고, 홈페이지 방문자 수도 2만1,933명에서 5만8,790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셀프스토리지의 잠재성에 대해 류석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인 가구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필요한 물품에 대한 소비도 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연히 보관해야 할 물품의 총량도 늘어나겠죠. 이 때문에 추가적인 보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미니멀 라이프의 확산이라는 날갯짓이 불러온 셀프스토리지 서비스의 등장. 단순히 짐을 맡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서비스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형 셀프스토리지. 아직 도입 단계에 불과한 이 서비스가 5년 후, 10년 후 대한민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요?
/이종호기자 박원희인턴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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