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아마존, 직원 재교육에 8,200억원 쏟아붓는 속내는

최저 임금 인상에 단순 노동 인력 재배치 필요 커져

'열악한 노동환경' 지적한 정치권·노동계 의식 분석

'아마존 프라임 데이' 파업 예고한 직원 달래기 목적도

한 여성이 지난 2월 5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아마존 공장에서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7억달러(약 8,200억원)를 직원 교육에 쏟아붓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인점포 ‘아마존 고’를 개장하며 ‘직원 없는 유통매장’ 확대에 열을 올리던 아마존이 미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에 달하는 비용을 직원 교육에 쓰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단순 노동자의 업무 재배치 필요가 커졌고 최근 정치권에서 열악한 아마존 직원들의 복지 실태가 도마에 오르자 이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아마존은 7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직원의 3분의 1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현재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한편 신규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해 2025년까지 10만 명의 직원을 재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제프 윌키 아마존 글로벌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고, 직업도 바꾸고 있다”며 이번 계획은 직원들이 미래의 기회에 대비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7억달러는 그동안 발표된 미국 기업의 재교육 계획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직원 1인당 대략 7,000달러가 투입되는 것으로 2025년까지 직원 1명에게 1,200달러씩 들어간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인재개발단체인 인적자원개발협회(ATD)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직원 수 10만명 이상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원 1인당 평균 500달러의 교육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와 비교하면 아마존의 재교육비는 보통의 회사들과 비교해 2배 이상이라는 의미다.

대부분의 훈련은 무료로 제공되며 교육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기술 개발 기회들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별 물류기지인 풀필먼트 센터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직원은 이 센터에서 가동되는 설비를 관리하는 정보기술(IT) 지원 역할을 배울 수 있다. 또 비전문직 직원은 대학에 가지 않고도 몇 년에 걸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의 ‘머신러닝(기계학습) 대학’ 같은 상급 훈련 과정도 있다.



프랑스 시민단체가 지난 2일(현지시간) 파리 근교 클리시의 아마존 프랑스법인 본부 건물 앞에서 ‘아마존이 일자리를 해친다’ 등의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클리시=AFP연합뉴스


아마존이 이처럼 직원 재교육에 공을 들이는 것은 표면적으로 유통체인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인력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은 미국에서만 2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본사가 있는 시애틀의 인력난이 극심하고, 최근에는 제2본사가 세워지는 워싱턴DC 교외 지역에서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마존은 워싱턴DC 인근 크리스털시티에 제2본사를 짓기로 하고 이 곳에서 2만5,000명의 직원을 채용하기로 한 바 있다. WSJ는 실업률이 4%를 밑돌며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에 대비해 기존 종업원들이 새로운 역할로 전환하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마존의 결정이 단지 인력 확보를 위한 차원이 아니라 임금 인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업무 종사자들의 임금이 올라 인건비 부담이 치솟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반발을 의식해 대량 해고 대신 재교육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 노동은 기계로 대체하고, 단순 업무를 맡았던 직원을 재교육한 뒤 IT 업무로 전환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마존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정치권의 비판에 휩싸이자 대량 해고 대신 재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아마존은 노동단체와 미국 연방의원들로부터 직원들 처우 문제로 비판을 받자 지난해 미국 직원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했다. 올해 1·4분기 기준 아마존의 전 세계 정규·시간제 직원은 63만600명이다. 피터 카펠리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재교육이 이타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면에는 냉철한 사업적 의사결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이 재교육을 통해 일부 직원들의 이직을 장려하는 것도 이와 같은 취지로 풀이된다. 이를 테면 풀필먼트 센터 직원들이 간호나 항공기 정비처럼 수요가 많은 분야의 자격증이나 학위를 따도록 학비의 95%를 지원하는 ‘아마존 커리어 초이스’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간호나 항공기 정비는 아마존이 채용하지 않는 분야로, 재훈련 뒤 회사를 나가도 좋다는 뜻이다.

아마존이 파업을 예고한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재교육 홍보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ABC뉴스에 따르면 오는 15~16일 대형 할인 이벤트인 ‘아마존 프라임데이’에 맞춰 아마존 미네소타 공장 직원들은 다음주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ABC뉴스는 “미네소타 공장 직원들은 지난해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끊이지 않는 택배 포장 업무를 고려할 때 현재 임금도 턱없이 모자란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재교육은 노동자와 정치인들의 비판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