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플랫폼 업체인 토스가 누적 가입자 수 1,3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적자가 커지면서 수익모델 부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 벤처캐피털(VC)에 의존한 주주 구성으로 추가 자본확충 등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지급수수료 부담이 확 낮아져 흑자 전환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지만, 수익을 낼 모델을 찾기를 기대하는 시장의 눈높이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이날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3,000만건, 누적 가입자 1,3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 누적 다운로드 2,000만건을 넘어선 후 10개월 만이다. 토스의 월 송금액은 4조원, 누적 송금액은 49조원에 달한다. 토스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5년 2월 간편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매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왔다”며 “간편송금 서비스뿐만 아니라 계좌·카드 조회 서비스, 예금·적금·대출 뱅킹 서비스, 개인간거래(P2P)·펀드·해외주식 투자 서비스 등 40여종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적 가입자 급증 등 토스는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다. 거대한 금융플랫폼을 갖추고도 출범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실적도 매년 나빠지고 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매출은 2015년 9,910만원에서 지난해 548억2,08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25억6,559만원에서 444억7,635억원으로 악화됐다. 결제금액 캐시백·송금지원금 등 현금성 이벤트에 막대한 마케팅비를 투입하고 있어 올해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급수수료 때문에 매출이 늘면 적자폭이 커지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토스 관계자는 “그간 발생한 마케팅 비용에 따른 적자는 모두 예상하고 진행한 것”이라며 “올해도 고객을 유치하고 외형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비바리퍼블리카의 흑자 전환과 원활한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새 수익모델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주요 수익원은 금융사 상품 판매대행 수수료뿐이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흑자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올 하반기 오픈뱅킹이 도입돼 지급 수수료부담이 확 낮아지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전략 부재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5월 ‘토스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당시 자본력을 갖춘 신한금융그룹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다 막판에 결별하면서 실패했다. 안정적이 자본력이 필요했던 토스컨소시엄이 왜 신한금융과 결별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시장에서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전략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3년 전에도 대부업 진출을 모색했다가 접었던 사례가 있다. 수익을 내려고 조급해하다 보니 번번이 전략적인 선택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보험서비스를 운영하는 한편 증권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돈이 될 만한 금융 분야는 모두 손을 대려는 것인데,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과 기존 금융사들의 견제도 강해질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토스와 같은 핀테크는 자체 상품을 기획해 판매할 수 없어 판매대행 수수료 정도만이 수입원”이라며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새 수익모델이 필요해 여러 금융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아마존과 구글·페이스북 등과 같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토스도 이 같은 스케일업 과정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스케일업 과정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