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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돕는 파스타집 근황…"나도 돕겠다" 사장님들 동참 행렬

오인태 진짜파스타 사장 "선한 영향력 이어지고 있어"

아동 급식비 지원카드에 대한 불편함도 일부 지적

"아이들이 더 많은 곳을 누릴 수 있길" 동참 호소

여기서 말하는 ‘VIP’란 ‘꿈나무카드’를 소지하고 파스타 가게를 방문한 모든 아이들을 지칭한다. / 강신우 기자




“아이들아,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거 먹으렴. 눈치 보면 혼난다!”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먹는 아이들이 가게에 방문하면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서울의 한 파스타 집이 최근 화제가 된 후 많은 자영업 사장님들이 “나도 돕고 싶다”며 이심전심 나서고 있다. 식당은 물론 카페와 책방, 팬션 사장님들까지 동참 뜻을 밝힌 가게만 20곳이 넘는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진짜파스타’ 사장 오인태(34) 씨는 이를 두고 “선한 영향력”이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오 씨는 ‘선한 영향력’에 동참한 자영업 사장님들의 1차 명단을 지난 13일 SNS에 공개했다. 이분들에게 보낼 스티커도 1,000장을 주문 제작, 일부 발송했다. 그는 “아이들이 이 글과 스티커를 보고 더 많은 곳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진짜파스타’ 공동 운영자 전미경(37·왼쪽부터)씨, 이민혁(36)씨, 김두범(34)씨, 오인태(34) 사장. / 오인태 씨 제공


‘선한 영향력’에 동참해주신 자영업 사장님들께 뿌릴 스티커들.(유하림 디자이너의 재능기부) / 강신우 기자


지난 주말(14일) 영업 준비로 분주한 해당 파스타 집을 찾았다. 사업주 역할 담당 오 씨와 요리 담당 전미경(37) 씨, 손님맞이 담당 김두범(34) 씨가 홀에서 손님 맞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20석 남짓한 테이블에 포크와 수저, 생수와 컵이 놓이는 동안, 가게 밖은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오픈 시간이 가까워지자 대기자 명단에 적힌 팀은 17팀, 대기 줄은 2층 계단에서부터 1층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스피커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문이 활짝 열렸다. 테이블은 순식간에 만석이 됐다. 한 손님은 메뉴판을 보더니 “좋은 일 하시는 사장님 바쁘시게 혼내주러 왔더니, 가격이 너무 착해서 못 혼내주겠다”며 까르르 웃었다.

매장 오픈에 앞서 만난 오 사장은 “요즘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손님은 예전보다 30% 정도 늘었는데, 오시는 손님마다 주문량이 많아 매출에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어떤 손님은 혼자 와서 4개 메뉴를 주문한 적도 있다고 했다. 매장에서 식사하고 포장해서 가는 손님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오 씨는 “손님들이 많이 몰리면 식사하러 온 아이들이 혹여나 무더운 날씨에 오래 기다릴 까봐, 아이들 식사 장소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겠다는 이웃 가게 사장님 연락도 받았다”고 근황을 전했다.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신발이나 목도리를 보내주는 분도 있었다. 오 씨는 “도움을 주는 분들 모두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 하나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도울 수 있는 만큼 도와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영업 시작과 동시에 긴 대기줄이 만들어진 가게 모습. / 강신우 기자


매장이 비좁지만, 손님들은 기꺼이 기다려서 먹고 간다. / 강신우 기자


그가 끼니를 못챙겨먹는 아이들을 위해 전 메뉴 무상 제공에 나선 이유는 일명 ‘꿈나무카드’라 불리는 ‘아동 급식비 지원 서비스’가 미덥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 씨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꿈나무카드는 포스 기기도 따로 설치해야 하고 결제와 정산 과정도 복잡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끼 식사 지원금 5,000원이란 금액 또한 서울 땅에서 한 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꿈나무 카드 가맹점 7,900여곳 중 약 82.5%(6,619곳)가 편의점이나 빵집이다.

오 씨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진 뒤, 가게를 찾는 아이들도 늘었다. 지난 주말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오빠가 동생들을 데리고 왔길래 맛있는 식사를 대접했다고 했다. “넌지시 집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저 멀리 수서(차로 1시간 거리)쪽에서 왔다고 말하는데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오 씨는 말했다.

오 씨는 아이들 외에 소방관들에게도 무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한 달에 서너 팀이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 강신우 기자


오 씨는 돈을 번 만큼 사회에 많이 환원할 수 있는 가게를 만들어가는 게 꿈이다. 오 씨는 “제가 요식업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를 생각해 내린 결론”이라며 “조금만 수익을 포기하면 모두가 행복한 매장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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