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2.2%로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낙관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4분기 성장률은 1.0%(전기 대비) 안팎에 그치고 올해 전체로는 2.0%(전년 대비) 달성도 버거울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까지 나온다. 실제 모건스탠리는 1.8%로 하향했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2.0%까지 내린 상태다.
한은과 정부 모두 ‘낙관→부진→전망치 하향 조정’ 사이클을 반복하는데다 미중 무역마찰, 일본의 경제보복 등 해외변수의 불확실성이 증폭돼 2.0% 달성도 힘들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21일 한은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0% 내외로 예상된다. 1.0%는 1·4분기 GDP가 전기 대비 -0.4%를 기록한 상황에서 한은이 18일 수정 경제전망 때 제시한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 1.9%를 맞추기 위해 도달해야 하는 수치다. 한은은 전년 동기 대비로 상반기 1.9%, 하반기 2.4%를 기록해 연간 성장률은 2.2%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2·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0%는 나와야 상반기 1.9%를 맞출 수 있는데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오는 25일 2·4분기 GDP 속보치를 발표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4분기 성장률이 목표치 이하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가 터지기 전인 5월까지도 생산이 좋지 않았고 수출규제 이슈가 불거진 6월에는 더 좋지 않게 나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하방압력 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좋았는데 기저효과로 봤을 때도 하반기에 더 좋아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방향성과 피해규모까지 추산할 수 없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현실화할 경우 성장률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올 들어 4월까지 전 세계 10대 수출대국 중 1, 2위인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8개국에서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세는 10대 수출국 중 가장 가팔랐다. 4월까지 수출액은 1,814억8,500만달러에 그쳐 1년 전보다 6.9%나 줄었다. 이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 변수까지 생겼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을 반영했지만 이는 수치 등을 계산할 때 좀 더 보수적으로 바라본 정도”라며 “현재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치적으로 반영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성장률이 전망 경로로 흘러가려면 추경과 기준금리 인하 등 단편적인 통화·재정정책을 뛰어넘는 ‘+α’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 교수는 “결국은 정부가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등 감세정책까지 검토해야 한다”며 “이에 더해 원·달러 환율도 약세를 나타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특정 이슈가 터진 후에야 정부 정책이 발표되지 않느냐”면서 “중장기적으로 로드맵을 마련하고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보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윤·정순구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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