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새 국방백서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며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군함이 보란 듯이 중국·대만 사이의 바다인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미 군함의 이번 시위는 오는 30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둔 기싸움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해군 7함대는 성명에서 “미 순양함 앤티텀함이 국제법에 따라 24일 대만해협 사이로 일상적인 항행을 했다”고 밝혔다. 클레이 도스 미 해군 7함대 대변인은 군함 통과 사실을 밝힌 뒤 “선박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것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5월을 포함해 2007년 이후 총 90여 차례에 달한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작전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앤티텀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중국이 4년 만에 ‘신시대 중국 국방’이라는 제목의 2019년 국방백서를 공개한 날 이뤄진 것으로, 중국의 미국 견제를 의식한 일종의 맞불작전으로 보인다. 또 중국이 백서에서 ‘대만 통일을 위해서는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고 한 데 대해 대만 지지를 표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와 관련,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신중하고 적절히 관련 문제를 처리해 중미관계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 백악관은 전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30일부터 이틀간 상하이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무역협상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무역협상이 기존 협상 장소였던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에서 열리는 것과 관련해 “상하이가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정치 아닌 경제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미국에 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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