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연구개발 조직 문화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지난해 필자가 감명 깊게 읽은 책 중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의 ‘초격차’가 있다. 이 책에는 격차를 만드는 리더·조직·전략·인재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필자는 조직문화를 기술한 부분의 행간을 음미하며 여러 차례 읽은 바 있다.

현재 정부출연 연구원의 조직문화는 어떠한가. 단기적 양적 성과 위주의 개인평가 시스템, 조직별 또는 개인별로 세워놓은 울타리로 연구조직은 사일로(silo)화, 파편화돼 있다. 또한 관리 및 감사 중심의 시스템으로 이제는 무엇을 더하려 하기보다는 그냥 가는 것이 미덕처럼 돼버렸고 여기에 최근에는 ‘워라밸’ ‘소확행’ ‘나나랜드’ 등 사회 트렌드가 더해져 조직의 협업 시스템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홀로’가 아닌 ‘함께’하는 조직 문화로 변화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문화혁신실을 신설했다. 그리고 ‘더 좋은 KIGAM 만들기’, ‘오감(동감·영감·공감·호감·귀감) 활성화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며 세대·직종·직급 간 소통과 협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와 구글을 살펴보자. 인재의 채용부터 운용과 육성에 이르기까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신개념 조직문화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세계적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다. 결국 어느 한 시대, 한 조직의 문화가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그 사회나 조직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잘 짜인 전략과 실행계획도 이를 지탱하는 문화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정부출연 연구원도 획일화되고 관행적인 업무 방식을 버리고 연구개발 업(業)의 본질인 자율성과 창의성이 최고로 존중되는 조직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세대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직의 긍정성을 회복하며 서로 간의 신뢰 형성을 위한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일할 맛이 나며 시대정신과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연구개발 조직으로서의 능력과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 공공부문 연구개발의 근간이 되는 상위 레벨의 제도와 시스템도 이와 동일한 철학을 바탕으로 변화가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거대한 과학기술 환경의 변화, 최근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국내 과학기술 분야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 25개의 정부출연 연구원도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정부를 지원하고자 다각적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원이 자율과 창의에 기반한 건강한 조직문화를 뿌리내리고 이러한 토양 위에서 연구자들이 국내외 대학과 기업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국가에서 꼭 필요로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을 주도해야 한다. 전 세계 연구자들이 대한민국의 연구개발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앞다퉈 벤치마킹하는 날을 꿈꿔 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