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64억 원(11월 3일), 2조 2349억 원(4일), 2조 700억 원(5일), 1조 7000억 원(6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이번 주 4거래일만 6조 8013억 원에 달한다.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도 지난달 31일 35.19%에서 6일 34.95%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급격히 ‘팔자’로 돌아선 외국인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차익 실현’ 성격이 강하다고 짚었지만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불안 속 다시 ‘셀 코리아’ 기조로 전환할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이 주도 업종으로 꼽던 반도체·조선·방산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당분간 변동성 확대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차익 실현과 달러 강세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환율 안정과 기업 실적 개선 등을 통한 외국인 매수세 복귀 전까지는 주도주 중심의 분할 매수가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먼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 차익 실현이 그 이유라고 진단했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는 “연초 대비 코스피는 69% 상승, 삼성전자(87%)와 SK하이닉스(250%)도 급등한 데 따른 차익 실현 매도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차익 실현의 트리거는 인공지능(AI) 버블 우려 재점화와 미국 자금시장 경색 우려인데 모두 단기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도 “외국인 매도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일 가능성이 크다”며 “강세장에서 손바뀜은 통과 의례”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달러 인덱스가 100을 웃도는 등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불확실성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을 제기했다. 또 최근 D램 가격이 단기간 급등해 오히려 반도체 주가의 조정 요인으로 작용했고 차익 실현 자금이 방산·전력기기 등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업종으로 확산됐다고도 짚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 국채금리 인상 등이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이유”라며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졌으니 외국인 매수도 당장 돌아온다고 말하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탈에도 코스피가 그나마 선방하는 배경에는 개인 자금이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주 수급 공백을 개인이 완전히 메우기는 어렵다. 이 센터장은 “수급 여건이 일부 개선됐지만 외국인 유입이 없으면 시장 레벨업은 어렵다”고 말했고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도 “두 달 전까지 16조 원을 팔았던 개인들이 뒤늦게 고점에서 매수하고 있다”면서 “싸게 팔고 비싸게 사는 역행 패턴이 아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다시 유입되기 위해서는 환율 안정과 기업 실적 개선이 필수라고 꼽았다. 이 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등락이 불가피하지만, 산업 펀더멘털이 확인되면 자금이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달러 인덱스가 100을 넘은 뒤부터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졌다”며 “이달은 이에 따른 조정이 이어지고 그 이후에 외국인 순매수세가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주요 이벤트로는 이달 18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꼽았다. 엔비디아의 가이던스가 AI 업황의 속도 조절 지표가 될 것이며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결과에 따라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센터장은 “외국인 매수세 회복 여부는 결국 미국 금리와 물가 흐름의 함수에 달렸다”며 “변동성은 12월 FOMC 회의 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권했다. 김 대표와 이 센터장은 반도체·조선·방산·원자력 등 주도 업종 중심의 분할 매수 전략을, 김 센터장은 성장주와 저평가 가치주의 균형 투자를 조언했다. 목 대표는 “지수 기준 10~15%, 개별 종목 기준 20~30% 하락 시점에서의 분할 매수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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