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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만 일식인데..韓지지 팻말 걸어야 생존"

■ '日불매' 유탄맞은 재팬타운

합정·동부이촌동 등 일본풍 식당

해마다 늘어나 전국 1만곳 넘어

日 재료 없고 한국인 운영 불구

'정서적 거부감' 탓 매출 확 줄어

"반일감정 커질 앞으로가 더 걱정"

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일본식 주점은 최근의 반일 흐름을 상징하는 ‘NO’ 문구와 대비해 ‘YES’ 문구를 대문 앞에 내걸었다./허진 기자




#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첫 주말을 맞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5번 출구 부근 골목. 라멘이나 우동 등 일본풍 음식점과 주점이 즐비한 이곳의 가게 출입문에는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NO’를 겨냥해 태극무늬를 활용한 ‘YES’가 내걸렸다. ‘YES’를 내건 H식당 종업원은 “일본 주류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싶어 안내문을 써붙였다”고 말했다. ‘저희 점포는 대한민국을 지지합니다!’라는 문구를 한국인이 써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긴 것이다.

주말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이날 골목 입구에 있는 한 대형 일본식 주점 1층엔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았다. 3층으로 이뤄진 이 가게에는 총 수십 개 테이블이 있지만 손님들이 차지한 테이블은 7~8개에 그쳤다. 내부 조명이 어두운 편인데 손님은 적어 밖에서 보면 언뜻 문을 닫은 느낌마저 줬다. 한 종업원은 “원래 이 시간대면 이보다 사람이 더 많은데 확실히 매출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골목의 또 다른 일본식 선술집에서 일하는 김모(29) 씨도 “처음엔 영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일본 태도가 점점 심해지며 (손님들의) 정서적 거부감이 느는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재팬타운’에 위치한 일부 식당 점주들도 손님이 줄어 억울함을 토로했다. 재팬타운은 일본인 주민들이 모여 거주하고 일식집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S식당의 50대 점주는 “평소에는 주말 점심이나 저녁에 손님들이 밖에 줄까지 서가며 기다려주는데 이젠 자리라도 다 차면 다행일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찾아오는 손님도 많은데 최근엔 휴가철을 감안해도 매출이 20~30% 정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팬타운의 일식당들은 앞으로 반일감정이 더 커지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W식당의 점주 A씨는 “일본 불매운동 확산되면 매출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 당장 가늠하기 어렵지만 걱정이 크다”며 “앞으로 재료나 물건을 살 때 일본제품을 사지 않고 손님들의 오해가 없도록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식집을 찾은 손님들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합정동의 한 일본식 음식점 앞에서 만난 김모(37)씨는 “평소 같았으면 메뉴가 마음에 들어 그냥 들어갔을 텐데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문에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 놨다. 반면 동부이촌동의 일본 돈까스 전문점 M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나온 30대 남성은 “가게 주인이 일본인도 아니고 직원들도 다 우리나라 사람인데 이들이 일본 음식을 판다고 해서 잘못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식 식당은 국내에서 최근 높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최근 몇년새 일본 여행이 크게 늘면서 자연스레 일본식 음식에 대한 국내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8,657개였던 일식 음식점업 사업체 숫자는 지난해 1만 39개로 약 1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식 음식점업 사업체 숫자가 5.5% 늘었고 서양식 음식점업 사업체 숫자가 0.8% 증가한 데 비해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 기준 일식 음식점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4만 5,003명으로 나타났다.

/손구민·허진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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