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파괴무기와 운반수단, 고도의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는 범용 고급기술은 확실히 엄격한 수출통제 대상품목이 됩니다. 아시아 서플라이체인에 균열을 초래한다는 것은 적어도 중단기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일본안전보장무역학회 초대 회장을 지낸 야마모토 다케히코(사진)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는 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내에 아베 신조 정권의 한일관계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가 예상하는 개별관리 대상품목은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별첨 1에 게재된 모든 물자다.
야마모토 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 국가 배제’까지 강행한 이유에 대해 “일본 내 혐한감정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측면이 강하게 있었다”면서 “한국의 진보정권에 대한 거리감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양국 정부의 소원한 관계가 ‘경제전쟁’을 불사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일 정부 간 ‘프런트 채널’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상황에서 ‘백 채널’도 약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얘기다. 그는 “양국 교섭을 위해서는 청와대와 총리관저를 연결할 수 있는 메신저가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이번 일본 정부의 결정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손상된다는 점을 염려하며 “일본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은 양국 경제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수출관리 시스템의 취약성에 대한 한일의 인식 차이가 있다”면서도 “일본의 조치는 시기적으로 봤을 때 특별히 안 좋은 시기에 결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일교류 역시 다양한 레벨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에 대항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동북아에 관한 한일 안보 연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폐기할 가능성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야마모토 교수는 “양국 간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처럼 기술패권을 건 구조적 마찰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기술적 상호의존이 일시적으로 하강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회복을 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렇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상황이 극적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 야마모토 교수는 “일본인은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미 내린 결정을 철회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만약 바로 철회한다면 내각 총사퇴에 필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잠시 시간을 두고 빼 든 칼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아베 정부에 대해서는 일본 재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더 이상의 대(對)한국 규제에 나서지 말 것을 조언했다. 야마모토 교수는 “이미 산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많은 규제품목을 추가한다면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추가로 다수의 품목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다면 아베 정권은 상당히 ‘바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 국제안보ㆍ무역 전문가인 야마모토 교수는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는 한국의 수출 생명선”이라며 “수출규제가 경제전쟁의 수단이 되면서 한국에는 일본의 위협으로 보일 것이기에 일본이 휘두른 주먹을 빨리 제자리로 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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