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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혜인(솜해인)에 쏟아진 댓글들, 한국은 아직 여기까지였다

'커밍아웃'으로 쏘아올린 동성애 논의, 어디까지 왔나

최근 인기 드라마에서도 동성애·차별금지법 다뤄

文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또다른 논란 야기" 발언

20년째 이어진 논란...UN, 10년째 '법 제정' 촉구

솜해인(송혜인) 사진 캡처




국내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솜해인(솜혜인, 본명 송혜인·22)이 최근 SNS를 통해 자신이 동성 친구와 연애하고 있음을 밝히며 당당히 ‘커밍아웃’을 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를 두고 응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선 여전히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생활에서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고 있다. 솜해인이 다시금 쏘아올린 우리 사회의 동성애 논의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정리해봤다.

솜해인(송혜인)이 자신의 SNS에 올린 ‘커밍아웃’ 사진. / 출처=인스타그램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컷


■ “차별금지법 언급만으로도 동성애 찬성, 조장 오해” (드라마 대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누려야할 기본 권리 아닌가요? 제가 뭘 더 고려해야 하죠?”

“차별금지법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동성애를 찬성,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지난 12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지진희)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고 하자, 청와대 모든 비서관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박 대행이 차기 대선에 출마까지 한 상황에서,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UN은 지난 10년간 한국에 인종, 학력, 나이, 장애, 출신국가, 성 정체성 등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는 일명 ‘차별금지법’을 제정토록 촉구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박 대행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행하자, 예상대로 그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비슷한 전개가 이어졌다. 그동안 UN 인권이사회는 “한국은 단일민족·단일문화라는 역사를 고려할 때 인종주의와 혐오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도적 차원의 진전이 있지만, 개인 간에는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와 관련된 사례들이 여전히 있다.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지난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처음 논의가 시작된 이래 20년 가까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종교 단체와 보수 단체 등의 강한 반발로 법안이 폐기되고나 철회되기 일쑤였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 당시 법무부는 인권위의 권고에 차별금지법안을 최초로 입법 예고했다. 그런데 애초 짜여졌던 법안은 누더기가 된 채 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논의 과정에서 ‘성적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이라는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된 것이다. 당시 시민사회 단체는 “국가가 차별을 해도 된다고 허용한 거나 다름없다”며 크게 좌절했다고 전해진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법무부는 학계, 관련 단체, 관계 기관 등에서 모인 전문가들이 모인 차별금지법 특별분과위원회를 출범시켜 논의를 이어갔다. 그런데 그해 말 또다시 보수, 개신교계 등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가는 통에 결국 법무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만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법 제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차별금지법 추진을 중단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2011년),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2012년) 이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2013년) 등 의원 51명이 공동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당시 보수 기독교계의 협박 및 항의 전화가 이어지자 결국 법안을 철회키로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입법예고기간에 국회 의안시스템에 등록된 반대 의견만 10만건이 넘었다. 결국 법안이 철회되자 당시 시민사회 단체는 “차별하지 말자는데 그런 기본적인 법안도 만들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문재인 대통령 “차별금지법 제정은 불필요” 논란 다시 불 지펴

한동안 멈췄던 차별금지법 논의 목소리가 다시 등장한 때는 4년 뒤인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다. 당시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 문병호 의원 등은 한 기독교 정책 발표회에서 “동성애, 동성결혼 법제화를 절대 반대한다”, “한국교회 성도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당 선거위원회 정책본부는 “동성애는 개인적 판단의 문제이므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취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내 논란에 불을 다시 지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동성혼 합법화 논쟁으로 이어져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진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성소수자나 진보 단체 쪽에서는 적잖은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충남도의회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여성·아이· 성소수자 등을 사회적 약자로 명시, 인권 정책을 펼쳐 온 근거인 충남인권기본조례안이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의 주도로 폐기됐다가, 다시 제정되는 일도 있었다. 단, 새로 제정된 충남인권조례에는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가 누구인지 명시하는 조항이 사라진 상태였다.

2019년 서울퀴어퍼레이드 사진 / 연합뉴스


서울퀴어퍼레이드 행렬 옆에서 ‘동성애 반대’를 외치고 있는 시민들 / 연합뉴스


시민 사회에선 “사랑할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해마다 커져왔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20주년을 맞은 올해 사상 가장 많은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등 국내 최대 성소수자들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때 국내 한 맥주 회사가 성소수자들을 응원하는 캠페인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대기업이 최초로 성소수자들을 지지했다’며 환호했지만, 일각에서 ‘불매운동’ 조짐이 있자 “회사 공식 입장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피팅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솜해인은 자신의 SNS에 “저는 양성애자다, 현재 여자친구가 있다”고 밝히며 지지부진했던 우리 사회의 동성애 논의를 다시 쏘아올렸다. 그는 “제가 사랑해서, 당당해서, 잘못이 아니니까 커밍아웃을 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솜 씨는 “동성애 혐오하셔도 된다, 동성애를 이해해달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다”면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연애하고 사랑하는 걸 숨기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덧)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을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를 두고서도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내내 잘 보던 드라마인데 너무 예민한 소재를 다뤘다, 보는 내내 불편했다”고 의견을 남겼고 또 다른 누리꾼은 “차별금지법을 마치 정의로운 법으로 녹여냈다, 이건 막장 드라마인가”라고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비서진들의 만류와 지지율 추락에도 박무진 권한대행이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기 대선 정국을 어떻게 끌고 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실 대한민국의 차별금지법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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