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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촬영화면 숨긴 '눈속임'…빅데이터 꿰고 '눈치전'

■지하철경찰대와 들여다본 '몰카 범죄'





“휴대폰 잠금 풀어보세요.”

지난달 29일 오후2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사복 차림의 지하철경찰대 소속 이모 수사관이 계단을 오르는 20대 남자 A씨의 팔을 잡아챘다. A씨는 당황한 표정으로 경찰의 팔을 걷어내려다 실랑이 끝에 휴대폰을 내놓았다. 경찰이 확인한 A씨의 휴대폰에는 홍대입구역 승강장에서 9번 출구까지 한 여성의 뒤를 따라가며 치마 속을 찍은 동영상이 있었다. 이 수사관은 “몰카범은 휴대폰을 잡는 각도부터 다르다”며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촬영 자세가 일반적으로 휴대폰을 쥔 것과 달라 눈에 띄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 지하철 몰래카메라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학생부터 유명 아나운서, 판사까지 휴대폰으로 쉽게 불법촬영을 하는 세상이다. 각종 기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몰카의 기술이 나날이 진화하는 가운데 이를 잡기 위한 경찰의 수사기법도 날로 고도화하며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술까지 수사에 동원되고 있다. ‘뛰는 범인 위에 나는 경찰’을 꿈꾸는 지하철경찰대와 함께 ‘지하철 몰카’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촬영과정 자체를 감춘 앱부터

저장된 파일 은닉하는 기술까지

불법촬영 기기·수법 날로 진화



◇촬영 장면부터 사진·동영상까지 숨겨주는 몰카 앱=“지금 휴대폰 첫 홈 화면만 보이죠? 실제로는 동영상 촬영 중이에요.”

불법 촬영을 지원해주는 앱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찰칵’ 소리 없이 촬영되는 앱은 이제 구식이다. 최근 들어 카메라 앱이 작동 중인데도 휴대폰 화면에 촬영 과정이 뜨지 않고 숨겨주는 앱, 저장된 사진·동영상이 갤러리·파일 폴더에 나오지 않도록 숨겨주는 앱 등 불법촬영 지원 기술도 보다 다양해졌다. ‘최근 실행한 앱’ 목록에 카메라 앱이 뜨지 않도록 해주는 기능도 있다. 경찰이 현행범을 잡고도 대충 휴대폰을 봤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앱으로 이들 ‘몰카범’들이 짧은 치마, 짧은 바지를 입은 여성만 찍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몰카범의 취향에 따라 여성의 종아리만 찍는 사람, 스키니 바지를 입은 여성의 실루엣만 찍는 사람, 가슴만 찍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다. 이 수사관이 잡은 몰카범 중 가장 나이 어린 피의자는 만 13세, 최고령자는 57세였다. 대부분 무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달리 회사원·학생·자영업자 등 하는 일이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게 이 수사관 측 설명이다. 이 수사관은 “레깅스가 외출복으로 유행을 타면서 레깅스 입은 여성을 주로 찍는 몰카범도 있다”며 “경찰에 잡힌 피의자들은 하나같이 ‘호기심’에 몰카를 찍었다고들 말한다”고 설명했다.

위험 1급 홍대·2급 강남역…



警도 빅데이터 활용 적극 대응

“단속 환경 부실…지원 확대를”



◇몰카범 잡는 경찰도 ‘빅데이터’로 무장=몰카범을 잡기 위해 경찰도 최근 첨단 스마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경찰청은 범죄 데이터, 유동인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하철역 디지털 성범죄 위험도’를 개발했다. 수도권 지하철역, 출구별로 위험등급을 1등급(높음)부터 5등급(낮음)으로 분류했다. 위험도에 따르면 이날 몰카범을 잡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는 1등급 위험지대에 해당한다. 지난 6월 기준으로 1등급은 종로3가역 1·2·3번 출구, 서울역 1·2·3번 출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13번 출구, 합정역 2번 출구, 왕십리역 5·10번 출구,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 등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강남역의 5·11번 출구, 건대입구역 2번 출구는 한 단계 낮은 2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이 수사관은 “주로 환승역에서 몰카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며 “홍대입구역 9번 출구는 각종 공연장이 있고 먹자골목이 시작되는 곳이라 유동인구가 많아 몰카범이 많이 잡힌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뛰는 수사관들에게 유용한 정보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일기예보’다. 비 오는 날이면 몰카범도 가방·우산 등을 챙겨야 해 카메라를 잡을 손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관들도 다른 방식의 불법촬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출동한다. 이 수사관은 “해마다 유행하는 패션 정보도 챙겨본다”며 “올해는 몰카로 찍기 어려운 롱치마 패션이 유행이라 다행이지만 과거 테니스 치마가 유행이었을 때는 더 긴장하고 단속에 나갔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지하철경찰대 소속 수사관들이 불법촬영으로 거동이 수상한 남성을 살피며 올라오고 있다. /성형주기자


◇끊이지 않는 몰카 범죄 근절하려면=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쉽게 몰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몰카 범죄는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촬영 적발 건수는 2012년 2,412건에서 2017년 6,465건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5,925건)에는 미투운동 여파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시적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6,000건대에 육박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몰카 범죄의 확대 이유로 불법 촬영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점을 우선 꼽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불법 촬영 적발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불법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영리 목적으로 유포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과 달리 실제 판결 결과를 보면 대다수가 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에 그친다. 인터넷에서는 ‘초범이면 100만원만 내면 된다’는 조언 글까지 돌아다녀 경각심을 낮추고 있다고 일선 경찰들은 지적했다.

아울러 몰카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지하철 경찰대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몰카범을 현장에서 체포하는 데서 나아가 몰카 촬영물의 유포 등 2차 피해까지 근절하기 위해 인력 및 수사 지원이 필요하다. 지하철경찰대 사무실 내에 진술녹화실도 없는 곳도 상당해 진술녹화실이 마련된 다른 역 지하철경찰대 사무실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시설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청에서도 진술녹화실 추가 설치 등 지하철경찰대에 대한 지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김지영·최성욱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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