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언급한 평화경제 구상에 대해서도 “소가 웃을 일”이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조평통 담화 발표 직후에는 강원도 통천에서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올 들어서만 벌써 여덟번째다. 앞서 북한은 6월 남북미 판문점회동 이전부터 대남 매체나 외무성 당국자들을 내세워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해왔다. 11일에도 외무성 담화를 통해 “대화를 해도 북미 사이에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말 뒤에는 어김없이 단거리발사체를 발사했다. 남한을 겁박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화와 소통의 손짓을 하고 있다. 한미 사이를 벌리는 ‘갈라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광복절 이후 도발도 이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기류가 일시적이라면 다행이지만 갈수록 대남 비난 수위가 높아지는 현재 분위기로는 그럴 것 같지 않다. 벌써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북한이 발사체를 연이어 쏴도 미국은 괜찮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북한의 도발을 한미연합훈련과 국방 중기계획 등에 대한 반발 정도로 치부하며 “훈련이 끝나면 협상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이런 때일수록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선언하자마자 북한은 막말도 모자라 발사체를 또 쐈다. 이게 북한의 실체이자 현실이다. 이런데도 평화경제에 연연하면 북한의 전략에 끌려다닐 수 있다. 지금은 공허한 구호나 당장의 성과에 미련을 두지 말고 빈틈없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비핵화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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