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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

오현환 논설위원

개인청구권 인정사례 거의 없어

식민지배 불법성 공동선언하고

특별입법 위로금 지급이 합리적

한일 앙금씻고 협력의 길로 가야





일본이 강제징용배상 문제로 한국에 경제보복을 선언한 지 벌써 2개월이 다 돼간다. 미중 패권전쟁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하지만 일본도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자국 산업의 피해도 적지 않은데다 미국의 압박도 작용할 것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겉으로는 경제보복과는 무관하다고 하면서도 “한국이 징용배상 문제의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징용배상 문제를 푸는 게 갈등해결의 첩경인 것이다.

일본이 왜 징용배상 문제에 뒤집어졌을까. 크게 두 가지 직접적인 요인이 있다. 배상금 폭탄이 위안부 문제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고 2차 대전 후 유사한 개인배상청구권도 패소판결 후 위로금을 주는 차원에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통계로 보면 징용 피해자는 21만명, 이 중 노무현 정부 당시 위로금을 지급한 피해자는 7만명, 소송이 진행 중인 피해자는 900명 정도다. 대법원 판결대로 1억원씩 배상한다면 단순계산으로 무려 21조원이 필요하다. 이번엔 개인청구권 판결을 더듬어 보자.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인이 전쟁포로로 강제노역에 시달린 피해와 관련해 독일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탈리아 법원이 배상판결을 내리자 이탈리아 정부는 이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져갔다(페리니 사건). 2012년 ICJ는 이에 대해 1961년 체결된 서독-이탈리아 전후배상으로 개인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결했다. 이후 독일 전범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위로금을 주면서 마무리됐다. 중국인 징용 피해자도 일본 법원에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제소했지만 일본 최고법원은 패소 판결(니시마쓰 판결)을 내렸다. 다만 전범기업과 피해자 간의 화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함께 제시해 전범기업이 위로금을 주며 마무리됐다. 개인청구권은 중국이 전쟁 배상청구를 포기했기 때문에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한일 양국은 한국의 대법원이 이번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서 일본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판결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사실 일본은 대한제국 병합을 위해 청나라·러시아와 전쟁을 벌여 이긴 후 고종과 내각을 압박해 강제로 조약을 체결했다는 점에 대해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는 물론 아직도 공식 인정치 않고 있다. 하지만 그 후 일본 수상들은 수시로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해왔다. 무라야마 담화·김대중-오부치 한일공동선언·북일공동선언·간나오토 담화 등이 그런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국과 일본이 이런 해석을 일치시키는 한일 역사선언을 채택해 진정으로 화해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럴 경우 한일청구권협정은 애매모호한 표현이 아닌 식민지 배상협정으로 해석이 전환될 수 있고 위안부 등 다른 문제도 제대로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사실 남기정 현대일본학회장의 제안이다. 대법원이 내린 1억원의 배상판결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살리고 피해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특별입법을 통해 우리 힘으로 위로금을 지급하면 좋겠다. 법조계에 따르면 징용으로 인한 사망자·부상자·행방불명자 관련 위로금은 노무현 정부에서 7만명 규모로 지급했다. 이번에는 징용 생환자만을 대상으로 독일과 중국 사례를 감안한 위로금을 지급한다면 1500억원 정도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은 미중무역전쟁에 일본보복으로 경제가 매우 엄중한 시기다. 또 우리는 한일협정으로 무상 3억, 유상 2억 총 5억달러의 보상금을 받았다. 북한도 수교과정에서 비슷한 규모의 보상을 받을 것이다. 반면 이런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일본이 떠날 때 남긴 재산이 북한에 30억달러, 남한에는 27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적산 불하로 정부에 흡수된 이 자산은 남한만 해도 보상금의 9배다. 2차대전 후 수많은 국가가 독립했지만 식민지 보상금을 받아낸 것도 한국이 유일하다. 이제 이 문제로 한일 사이가 더 나빠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징용 피해자들에게는 위로금이 부족하겠지만 경제개발로 세계 7~8대 강국에 이르게 된 걸로 대신해 넓은 이해를 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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