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면서 6·25전쟁 이후 한미일 삼각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외교·안보전략이 중대 전환점을 맞았다.
동북아에서 미중 패권전쟁의 격화로 중국이 북한·러시아와 안보 공조를 강화하며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에 맞설 굳건한 한미일 삼각동맹의 상징인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면서 한국의 안보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서경펠로 및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경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청와대가 미국의 아시아 핵심전략인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동맹 등급을 A급에서 B급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며 “정부의 외교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아니라 아무도 돌보지 않는 나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 전날 청와대 측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미국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한 후 곧바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 국무부가 22일(현지시간)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발표한 논평을 보면 미국의 불만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다. 국무부는 “문재인 정부에 (협정 종료) 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동북아시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분명히 해왔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서경펠로인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 국무부에서 한국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을 쓴 것과 심각한 오해라고 밝힌 점을 볼 때 매우 우려스럽다”며 “한미 간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한 사전 합의가 없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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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동북아에서 미국의 국익을 훼손하는 행보를 보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 감축 등 대(對)한국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일 삼각공조가 점차 약해지는 모양새로 가고 북미대화 국면으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감소하면 지금 같은 주한미군의 역량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감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경펠로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미국에서 단기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지만 방위비 분담금, 통상 문제, 호르무즈해협 호위 등 외교·안보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동맹이 흔들리게 될 경우 청와대가 사활을 걸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북한은 한일갈등으로 인한 한미동맹의 균열을 틈타 중국과 경제·안보협력을 강화하며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비난하며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미국과 붙어서 압박을 해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적은데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관계가 악화되면 북한이 핵미사일을 더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종료 선언이 한미동맹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부 들어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매년 열리고 있지만 외교·국방장관회담인 2+2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어 동맹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 우선주의로 한미동맹이 손상을 입으면서 동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상실되고 있는 만큼 한미 2+2 회의를 통해 한미동맹에 대한 방향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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