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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상' 폴 크루그먼 "미중무역戰 확산땐 경제위기 닥칠수도"

■2019 KSP 컨퍼런스 발제·기자회견
"韓, 디플레 대비 과감한 정책을"

  • 나윤석 기자
  • 2019-09-09 17:49:51
  • 정책·세금
“미중 무역분쟁이 확산하면 중국발(發) 경제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사진)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컨퍼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중국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불식해왔으나 미국과의 분쟁 심화는 중국이 위기로 진입하는 ‘티핑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세계 경제를 ‘방해(disturb)’할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널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KSP는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해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날 행사는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출입은행, KOTRA 등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날 행사의 기조 발제자로 나서 글로벌 경기여건과 전망에 대한 통찰력 있는 진단을 들려줬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세계 2차대전 이후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엄청난 보호무역주의를 지금 보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 외에 인도와도 무역전쟁을 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철강 산업도 피해를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중갈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해법은 최대한 무역분쟁에서 떨어져 미국·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과 같은 제3자와도 교역을 증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호무역주의의 팽배가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추동력 약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활발한 교역으로 공급망이 통합되는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과 지식을 이전받을 수 있었다”며 “한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른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들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초세계화의 부수적인 혜택이었던 지식 이전이 멈추면 세계 경제는 성장 추동력을 크게 잃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글로벌 가치사슬의 역할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정부가 공공투자를 늘려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이어지는 한국의 저물가 기조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을 통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는 신중한 기조가 위험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며 “경기 전망도 빠른 속도로 어두워지는 만큼 경기 부양 조치를 더 많이 실시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재무구조를 보면 한국 정부는 재정을 확장적으로 짜 경기 부양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디플레이션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장기 불황을 초래한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 집행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질문에도 경기부양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 올리면 소비가 늘어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처럼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는 공공지출과 재정투입을 확대하는 것이 경기부양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크루그먼 교수와 별도로 면담을 하기도 했다. 홍 경제부총리는 “내년 세계 경제 전망과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크루그먼 교수는 “한일 긴장관계가 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일본이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한국이 자국 산업을 스스로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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