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실질적 대표로 활동했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투자처 중 하나인 e마을(옛 자하스마트)이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강조하면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투자약정 금액이 140억원에 불과했던 코링크PE가 1,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는 점, 실제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투자 사기’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하스마트와의 MOU 체결 세부내역’을 19일 서울경제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e마을은 지난 2016년 9월22일 SH공사와 MOU를 맺기 위해 SH공사에 제출한 자료에서 코링크PE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유치 MOU를 체결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자료에는 MOU 체결 보도 2건을 첨부했고 회사 연혁에는 “2016년 5월30일 사물인터넷(IoT) 아파트 애플리케이션(앱) ‘e마을’, 코링크PE에서 1,000억원 투자유치”라고 명시했다.
e마을은 자사의 공신력을 높이고 재무적인 우려를 없애기 위해 코링크PE와의 투자 MOU 사실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마을은 주민이 아파트 관련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해 관리비·난방비 등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NICE평가정보의 기업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4월23일에 설립된 이 회사의 그해 매출은 5,000만원이었고 총자산도 2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PE 업계 관계자는 “연 매출 5,000만원인 업체에 1,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마을이 실제로 1,000억원의 투자를 받았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2016년 당시 코링크PE가 조성한 펀드 투자약정 총액을 다 합쳐봐야 140억원에 불과했다. 또 e마을은 2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갚아야 할 대출금 1,700만원(이자 포함)도 갚지 못했다. PE 업계의 한 관계자는 “MOU는 말 그대로 투자 의향을 확인한 것이지 투자가 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치 받았다’고 하면 상식적으로 봤을 때 사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투자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복수의 e마을 관계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따라서 e마을이 코링크PE의 자금력을 부풀리기 위한 작업에 동원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링크PE는 2016년 4월28일 중국 장쑤성 화군과학기술발전유한공사와 6,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홍보했다. 그 이후 e마을과 MOU를 체결했다는 것으로 봤을 때 중국에서 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e마을에 1,000억원을 쏘는 것처럼 홍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중국 기업의 투자는 한 푼도 이뤄지지 않고 무산됐다.
2016년 한 해 동안 SH공사뿐만 아니라 서대문구·구로구 등과도 MOU를 체결했던 e마을은 실제 사업 진행 과정에서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돌연 잠적했다. SH는 서울시의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기관 및 주민의 협조저조로 협약 종료”라고 명시했다. 당시 서대문구에서 근무했던 고위관계자도 “MOU 이후 사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e마을은 3월 기준으로 폐업한 상태다.
한편 이날 ‘버닝썬’ 사건에 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펀드 운용사와 연관성이 제기된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 전 대표 정모(45)씨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변재현·조권형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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